민주당이 연일 남북정상회담의 조속한 개최를 촉구하고 있다. 야당이, 그것도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 정권의 대형 이벤트가 될 정상회담 진행상황을 주시하면서 대통령을 향해 “시기와 방식에 얽매이지 말고 마음껏 추진하라”고 하는 것이다.

정세균 대표는 정상회담설이 불거진 지난 1일 “이왕 말 나온 김에 빨리 개최할 것을 권고한다”며 “일각에선 정상회담이 정략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하지만, 우린 개의치 않는다”고 했다.

정 대표는 10일 최고위원회의에선 올해 조기개최 의제 무제한(핵 해결을 선결조건으로 내걸지 말 것) 6·15선언과 10·4선언 인정 회담 전 대북정책 기조 전환 등 ‘정상회담 4대 원칙’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강래 원내대표와 박지원 정책위의장도 각각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과 대정부 질문을 통해 이런 입장을 재확인했다. 최근 발표된 통일·외교·안보 분야 ‘뉴민주당 플랜’엔 “6월 지방선거 전이라도 남북정상회담을 적극 지지한다”고 돼 있다. 한나라당에서 정상회담 관련 발언이 드물고, “원칙에 어긋나면 안 된다”는 신중론이 나오는 것과 대조적이다.

특히 정부·여당 관계자들이 “이전처럼 대가를 주고 하진 않는다” “정상적으로 하겠다”고 할 때도, 민주당은 “우린 비정상이었다는 거냐”며 불쾌해했으나 대놓고 비난하지는 않았다.

정상회담에 적극적인 이유에 대해 민주당 관계자들은 “남북교류는 당파를 떠나 국익의 관점에서 협력해야 할 문제”라는 원론적 답변을 한다. 남북교류의 장이 열리면 당의 정책경험이나 맨파워를 활용할 공간이 넓어지지 않겠느냐는 판단도 작용한다.

정상회담이 지방선거에 끼칠 영향에 대해 민주당은 “2000년 총선이나 2007년 대선 표심이 당시 정상회담의 영향을 별로 안 받은 만큼, 이번에도 여당에 유리하다고만 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오히려 “이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치러낼 경우 보수층에서도 민주당의 과거 성과를 깎아내리지는 못할 것이니, 크게 보면 야당에 득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도 한다.

/정시행 기자 polygon@chosun.com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