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해상으로 해안포·장사정포 등을 소나기 사격한 것과 관련, 백령도와 연평도에 대(對)포병 탐지 레이더(AN/TPQ-36·37)가 고정 배치될 전망이다. 대포병 탐지 레이더는 북한 해안포, 장사정포 등의 포탄 및 로켓탄이 날아오는 궤도를 역추적, 발사 지점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장비다.

국방부는 29일 김태영 국방장관과 국회 국방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긴급 현안 간담회에서 이같이 보고했다.

김학송 국방위원장은 간담회 직후 브리핑을 통해 “과거 연평도 인근에서 남북 간 긴장이 고조됐을 때 (백령도, 연평도에) 대포병 레이더가 배치됐다가 철수됐는데, 이를 백령도, 연평도에 고정배치하는 것을 추진키로 했다는 보고가 있었다”고 밝혔다.

군 당국의 이 같은 조치는 백령도와 연평도에 대포병 레이더가 없어 북한 해안포·방사포가 정확히 어느 지점에서 발사됐는지 파악이 어렵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대포병 레이더가 없어 백령도 배치 발칸포의 레이더가 지난 27일 날아오는 북한 포탄을 비행물체로 알고 100여발을 사격했다는 것이다.

미국제인 대포병 레이더 중 AN/TPQ-36(이하 TPQ-36)은 24㎞ 떨어진 북한 갱도·동굴 진지 등에서 발사된 북한군 장사정포(240㎜ 방사포, 170㎜ 자주포)나 해안포 포탄 10개를 동시에 포착해 어느 지점에서 발사됐는지 파악한다. 보다 탐지거리가 긴 AN/TPQ-37(이하 TPQ-37)은 50㎞ 밖에서 날아오는 포탄 및 로켓탄도 잡아낸다. 탐지거리가 짧은 TPQ-36은 대(對) 박격포 레이더로도 불린다. 대당 가격은 TPQ-36이 37억원, TPQ-37이 147억원에 달한다.

우리 군에는 수도권에 대한 북한의 장사정포 위협이 부각된 1990년대 중반 이후 본격적으로 도입돼 TPQ-36은 10여대, TPQ-37은 5~6대가 배치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 당국은 유사시 이들 레이더로 북한 장사정포가 발사된 갱도진지 등 정확히 위치를 파악, K-9 자주포 등으로 즉각 보복 타격을 할 계획이다. 군은 2012년 전시 작전통제권(전작권)의 한국군 전환 계획으로 독자적인 대포병 작전능력 강화가 요구됨에 따라 스웨덴제 신형 ‘아처’ 대포병 레이더도 지난해부터 도입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 레이더도 포탄(로켓탄)이 발사된 뒤에야 탐지할 수 있으며 발사 전에는 포 진지가 어디인지, 사격할지 말지를 미리 알 수 없다.

군 소식통은 “대포병 레이더는 비싼 가격 때문에 숫자가 충분치 않고 북한 장사정포의 수도권 공격 대비에 최우선 순위가 두어져 있었기 때문에 백령도, 연평도에 상시 배치되지 않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부는 또 대응태세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현재 백령도와 연평도에 10여문이 배치돼 있는 K-9 자주포를 추가 배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국방부는 북한이 NLL 해상으로의 해안포 사격 첫날인 27일 300여발을 발사한 데 이어 28일과 29일 오전까지 50여발을 발사했다고 보고했다.

합참 관계자는 29일 사격과 관련, “오늘 오전 7시50분부터 11시50분 사이에 산발적으로 20여회 연평도에서 포성이 청취됐다”며 “굉장히 멀리서 들린 점으로 미뤄 북한 내륙의 해안이나 육상에서 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유용원 군사전문기자 bemil@chosun.com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