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7일 오전과 오후 두 차례에 걸쳐 백령도와 대청도 인근 북방한계선(NLL)의 북한쪽 해상 2곳으로 최대 90여 발의 해안포를 발사하고 우리 군도 한차례 경고사격을 가했다.

북한군 총참모부는 이날 서해상에서 연례적인 포실탄 사격훈련을 했으며 사격훈련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밝혀 남북간의 군사적 긴장이 급속히 고조되고 있다.

합참 관계자는 이날 "북한군이 오늘 오전 9시5분부터 10시16분까지 해안포 30여 발을 백령도와 대청도 인근 NLL 해상으로 발사했다"며 "탄착지점은 전날 북한이 선포한 2곳의 항행금지구역내이며 NLL로부터 북한 해상 1.5마일 가량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북한이 오후 3시25분부터 오전과 동일한 지점인 백령도 인근 NLL 북한쪽 해상으로 수십 발의 해안포를 또 발사한 것을 포착했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오전에 포사격 당시 백령도와 대청도 인근 NLL 북한쪽 해상에서 각각 20~30여개의 물기둥이 관측됐으며, 오후에도 20~30여개의 물기둥이 식별되어 최소 60여발에서 최대 90여발 이상을 발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 군은 북한이 최초 포사격을 한 오전 9시5분께 발사되어 날아오는 포탄을 레이더로 포착, 백령도 해병부대에서 교전규칙에 따라 사거리 3~4km의 벌컨포 100여 발로 경고사격을 했다.

북한은 이날 오전 옹진반도 일원에서 백령도와 대청도 동방 항행금지구역내에 각각 20여분, 30여분에 걸쳐 포를 발사했다. 북한이 NLL을 향해 해안포를 발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합참 관계자는 "오전 9시5분께 북한이 발사한 포가 날아오면서 레이더에 포착됐다"면서 "NLL 이북지역에 탄착지점이 형성되어 오전 9시35분부터 세 차례 경고통신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경고통신에 대해 "귀측에서 사격을 실시해서 백령도 근해에 포탄이 떨어졌다, 긴장 조성 말고 즉각 사격 중단하라, 중단하지 않으면 상응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취지의 내용이라고 전했다. 군은 오후 3시35분에도 해상통신망을 통해 동일한 내용으로 두 차례 북측에 경고통신을 했다.

북한의 포사격 당시 해상에 조업 중인 어선은 없었으며 현재 서해 5도를 오가는 여객선도 정상 운항 중이라고 합참은 전했다.

이와 관련, 외교안보 관계자는 "북한의 NLL 지역 사격에 대해 우리 군도 즉각 사격을 했다"며 "양측이 허공에 대고 사격한 것이므로 아무런 인명.재산 피해는 없었다. 교전은 전혀 아니며 양측이 전투기 등 다른 무기를 동원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국방부는 이날 오후 1시27분께 남북 장성급군사회담 우리측 수석대표인 류제승 육군소장 명의로 장성급회담 북측 단장에게 경고 전통문을 보내 북측의 위협적인 행위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모든 위협 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전통문은 "북측이 지난 25일 서해상 우리 해역에 항행금지 및 사격구역을 설정한 것은 명백히 정전협정과 남북간 불가침합의를 무시한 중대한 도발행위"라며 "이를 즉각 취소하라"고 요구했다.

아울러 전통문은 "우리 군은 북측의 도발행위에 단호하게 대처해 나갈 것이며, 이후 야기되는 모든 사태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북측에 있다"고 엄중 경고했다
그러나 북한군 총참모부는 이날 '보도'를 통해 "27일 오전 조선 서해 해상에서 연례적인 포실탄 사격훈련을 진행했다"며 "서해전연 해상에서 인민군 부대의 포실탄 사격훈련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총참모부는 "우리측 수역에서 조선인민군 부대들이 계획적으로 진행하는 훈련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논할 여지가 없다"며 "조선 서해 전연해상에는 오직 우리가 인정하는 해상군사분계선만이 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인도를 국빈방문중인 이명박 대통령은 북한의 해안포 사격과 우리 군의 경고사격 소식을 사건 발생 수분만에 김성환 외교안보수석을 통해 즉각 보고받고, 정정길 대통령실장에게 긴급 안보대책회의 소집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정 실장 주재로 김태영 국방장관, 현인택 통일장관, 관계 비서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1시간가량 긴급 안보대책회의를 열고 상황을 점검했다. 국정원에서는 원세훈 원장을 대신해 박성도 2차장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와 관계부처는 회의에서 북한이 화해 제스처를 취하면서 이 같은 도발을 한 의도와 북한내 특이 동향 여부 등에 대한 점검을 했다고 박선규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또 북한의 해상포 발사를 명백한 도발 행위로 규정하고 엄중하되 차분한 대응을 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박선규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번 사건 때문에 필요 이상으로 긴장이 조성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우리 군은 북한군의 사격 상황을 접수하는 동시에 국방부 정책실장을 중심으로 초기대응반을 가동해 운용중이다. 특히 김중련 합참차장은 일본에 체류 중인 월터 샤프 한미연합사령관과 전화통화를 하고 북한군의 포사격 상황과 우리 군의 대비태세계획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군은 북한이 NLL 남한 해상으로 포사격을 가할 경우 대응사격 여부를 심각하게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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