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민주화운동본부(대표 김태진)와 반인도범죄조사위원회(대표고문 김현욱)는 26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북한 요덕수용소 내 혁명화구역 수감자 254명의 명단을 공개하고 UN 등 국제사회가 북한 정치범수용소 문제의 해결에 적극 나설 것을 촉구했다.

북한 내 6곳의 수용소 중 요덕에만 있는 것으로 알려진 ‘혁명화구역’은 한 번 들어가면 절대 나올 수 없는 나머지 완전통제 구역과 달리 ‘사상개조’와 ‘반성’ 정도에 따라 조건부 석방이 가능한 곳이다.

북한민주화운동본부는 명단 작성 과정에서 진술을 참고한 탈북자들이 대부분 요덕수용소의 혁명화구역 출신이어서, 이곳 수용자 명단만 발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명단에 오른 254명을 ‘죄목’별로 보면 탈북시도가 64명으로 가장 많았고 그밖에는 간첩행위.반체제행위.국가기밀누설 60명, 당권위훼손.반정부음모 47명, 연좌제 29명, ‘말반동’.체제비난 25명의 순이었다.

명단에는 김일성 주석의 전용기를 조종한 ‘1호 비행사’ 김형락씨, 전 체신성 부상 심철호씨,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대학 동창으로 알려진 홍순호씨 등이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김형락씨는 김 위원장의 이름을 호칭 없이 함부로 불렀다가, 심철호씨는 보위부가 지나치게 도청을 한다고 말했다가 요덕에 끌려왔고, 홍순호씨는 특이하게도 ‘김 위원장의 믿음을 배신했다’는 이유로 가족과 함께 요덕에 수용됐다고 북한민주화운동본부는 전했다.

이들 단체는 기자회견에서 “수용소의 총체적 인권재난에 대해 유엔과 국제형사재판소(ICC)가 즉각 개입해야 하며 현장 조사가 이뤄지도록 북한에 강력히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태진 대표는 “아우슈비츠 수용소 같이 지난 일도 가슴 아파하고 범법자를 처벌한다”면서 “지금도 벌어지는 북한 정치범수용소의 인권유린 문제를 해결하는 데 모두 힘을 합쳐야 한다고 촉구하기 위해 수감자 명단을 공개했다”고 말했다.

수용소 출신 탈북자들이 주축이 돼 만든 북한민주화운동본부는 수용소 해체를 목표로 활동하고 있으며, 반인도범죄조사위원회는 최근 인권 문제와 관련해 북한을 ICC에 제소했다.

한편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20일 북한 정치범수용소를 경험한 탈북자들에 대한 조사를 토대로 북한에 요덕 등 6곳의 정치범수용소가 있으며 수감자는 약 20만명이라는 첫 조사결과를 발표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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