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보당국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08년 5월 “탈북자들은 사살하거나, 체포시 10년간 노동교화형에 처하라”고 지시했다는 정보를 입수한 것으로 25일 알려졌다. 종전에는 탈북자 중 남한으로 가려다 붙잡힌 경우만 교화소(중범죄자 수용)에 보내는 등 엄하게 처벌했다.

한·미 정보당국에 따르면 김정일은 2007년부터 체제 통제를 다시 강화하기 시작했다. 탈북자 단속을 위해 북·중 국경지역에 철조망과 감시카메라를 설치했고 ‘사살 지시’까지 내렸다.

2007년 하반기에는 국경지역에 감시·검열 조직을 별도로 파견했다. 김정일의 매제이자 핵심 측근인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은 2008년 3월 북·중 관문인 신의주 당(黨)·정(政)·군(軍) 기관에 대한 검열을 주도해 주요 간부를 부패 혐의로 처형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보 소식통은 “김정일은 2000년대 초 시장을 일부 도입해 경제난을 극복하려 했지만 자본주의 풍조 유입 등으로 독재 체제가 흔들릴 조짐을 보이자 강력한 사회 통제를 재개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단순 탈북자라도 중국을 오가며 남한 상품이나 소식을 퍼뜨리는 것은 체제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했다는 관측이다. 최근 청진에서 나온 한 탈북자는 “밤에 가정집을 급습해 남한 DVD 등을 적발하는 ‘상무조’(자본주의 풍조 단속반)가 활개를 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북한은 ‘공개처형’을 사회 통제 카드로 다시 활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00년 이후 국제 비난을 의식해 공개처형을 자제했지만 “2007년부터 늘어나기 시작해 2008년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정보 소식통)는 것이다. 그러나 공개처형은 2009년부터 경제강국 매진 등을 위해 다시 감소세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북한의 주민 통제조직 중 우리의 국가정보원에 해당하는 국가안전보위부(부장 김정일 추정)에 5만여명, 경찰청에 해당하는 인민보안성에 23만여명이 소속된 것으로 한·미 정보당국은 분석했다.

정치범 수용소의 경우, 최근 국가인권위원회는 6곳이라고 밝혔지만 정보당국은 8곳으로 보고 있다. 기존 12곳 중 5곳을 폐쇄하고 1곳을 신설했다는 것이다.

정치범 수용소(20만명 수감 추정)에선 1주일에 옥수수 550과 소금 약간, 된장 1숟가락만 배급한다. 중범죄자를 수용하는 교화소는 전국에 22곳이 있는데 식량 배급은 하루 300에 그친다. 북한 소식통은 “북에서 두 끼만 먹어도 400 이상이 필요하다”며 “정치범 수용소나 교화소에 갇히면 대부분 오래 버티지 못한다”고 했다.

/안용현 기자 ahnyh@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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