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비인간적인 정치범 수용소 생활이 정부 차원에서 처음으로 조사돼 발표됐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일 공개한 북한 정치범 수용소는 고문은 물론 공개처형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등 비인도적인 일들이 공공연하게 자행되고 있었다.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에 수감된 사람들 상당수는 한국으로 탈출하려 했거나 김정일 사진을 걸어놓지 않는 '죄'를 지었다는 이유만으로 영장(令狀) 제시는 물론 재판과정도 거치지 않고 끌려온 것으로 드러났다. 가족들도 연좌제에 걸려 함께 수감됐다. 이번 결과는 북한 정치범 수용소에 대한 국가기관의 첫 종합조사라는 점에서 이례적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인권위는 조사결과를 영문으로 번역해 유엔 인권이사회 등 국제사회에 전달함으로써 북한의 열악한 인권상황에 경종을 울리기로 했다.

◆인권도 없는 북한 수용소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에서 인권은 완전히 무시됐다. 일부 수용소는 수감자끼리 결혼도 허락되지 않았다. 한 탈북자는 "스파이 노릇을 잘하거나 노동을 잘하면 1년에 3~4번 특별한 날에만 결혼이 허락됐다"고 했다. 결혼에 성공하고 아이를 낳아도 수용소 내에 아이를 돌봐 줄 탁아시설이 없기 때문에 엄마가 일하러 나가는 사이에 죽는 아이도 있었다고 한다. 잠잘 곳과 먹을거리만 제공할 뿐 이불이나 입을 옷·신발·양말은 거의 공급되지 않았다. 가재도구나 생리대가 지급되지 않아 여성 수감자들의 고통이 심했다. 여성 수감자들은 성폭행 대상이 됐다. 여성이 많이 일하는 피복공장과 식료품공장에서 성폭행이 자주 일어났고, 국가보위부 사람들은 언제든지 자신의 방에 여성 수감자를 불러 성적 노리개로 삼았다는 증언이 나왔다.


북한민주화운동본부 회원들이 20일 오전 서울 광화문 정부중앙청사 후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북한 정치범 수용소 해체 및 월북한 로버트 박 구명을 위한 통일부의 노력을 촉구하고 있다./조선닷컴


◆도주자는 총살, 임산부도 '삽자루'에 박혀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에 수감된 사람들은 불평불만을 제기하기만 해도 수용소 내 구금시설에서 1개월에서 1년 동안 갇혀 지내야 했다. 특히 구금시설에 들어가면 장기간 고문과 폭행으로 목숨을 잃는 사례가 많아 수감자들 사이에선 공포의 대상이 됐다고 한다. 가장 강력한 처벌은 탈출시도였다. 수용소를 탈출하려다 잡힌 수감자들은 총살이나 교수형 처벌을 받았다. 수용소 경험자들은 "임산부가 갑자기 실종되면 비밀처형되었을 가능성이 높았다"고 증언했다.

"1년에 공개처형을 한 20~30회 정도 했던 것 같아요. '개조 안 하고 버틴다'면서 총살을 시켜요." (요덕 수용소 경험자)

"1992년에 몸에 삽자루가 박힌 임신여성의 시신을 발견했다. 비밀처형장소는 수용소에서 500m 떨어진 산골짜기였다." (현재 폐쇄된 수용소 경험자)

◆강제 송환대상자들 '뇌물'주고 풀려나기도

중국에서 체포된 탈북자들은 대부분 북한 당국으로부터 심한 폭행과 고문을 받았다. 일부 여성 탈북자들은 "자궁이나 항문에 손을 넣어 돈이 있는지 확인하는 절차를 거친다"고 답했다. 2006년 이후 탈북기도가 많아진 이후에는 뇌물을 주고 처벌을 약하게 받거나 석방되기도 했다는 증언도 있었다. 한 탈북자는 "한국으로 오려다 걸린 탈북자 중 60~70%는 정치범 수용소로 가거나 곧바로 처형되는데 그냥 풀려난 사람들은 돈을 먹인(뇌물을 준)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이신영 기자 foryou@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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