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금강산·개성관광 재개를 위한 실무접촉을 오는 26~27일 금강산에서 열자고 14일 우리측에 공식 제안했다.

금강산·개성관광의 북측 사업자인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평화위)는 이날 판문점 채널로 통일부에 보낸 통지문에서 "금강산·개성관광이 1년 6개월이나 중단되고 있는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실무접촉'을 처음 제안했다. 금강산관광은 2008년 7월 관광객 피살 사건으로 우리측이 중단시켰으며, 개성관광은 같은 해 12월 북측이 중단을 결정했다.

전문가들은 금강산·개성관광이 재개될 경우, 남북정상회담으로 가는 길에 놓인 '큰 걸림돌'이 치워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조원 중앙대 교수는 "관광이 풀리면 남북관계는 사실상 이명박 정부 출범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는 것"이라며 "식량 지원과 국군포로·납북자 문제 등은 정상회담에서 다뤄질 수 있다"고 했다.

북한은 작년 7월 대남 유화책을 쓰기 시작하면서 '정상회담을 하자'는 메시지를 계속 보내고 있다. 작년 10월에는 우리 국민 6명의 목숨을 앗아간 '임진강댐 수공(水攻) 사건'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우리측에는 금강산·개성관광 재개를 현대아산 등 '비정부 라인'을 통해 요구해왔다.

정부 당국자는 "경제난이 가중되면서 '달러'가 필요한 데다,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우리측 태도를 시험하려는 것 같다"고 했다. 북한은 금강산관광으로 10년간 약 5억달러의 현찰을 챙겼다.

관광 재개의 열쇠는 "북측이 우리 국민의 신변 안전을 확실히 보장하도록 남북 체류 합의서를 개정하느냐에 달려 있다"(통일부 당국자)는 분석이다. 정부는 북한 땅에 136일간 억류됐던 '유성진씨 사건' 재발을 막기 위해 남북 합의서에 변호인 접견권과 조사 기간 등을 명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신변 보장만 해결되면 관광객 피격사건의 진상 규명이나 재발 방지 약속 등은 큰 문제가 안될 것"(정부 고위당국자)이란 설명이다.

이날 북측이 제안한 실무 접촉은 개최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작년 11월 기자간담회에서 "북측이 관련 회담을 정식 제의하면 잘 검토할 것"이라고 했었다.

남북은 오는 19일 개성에서 해외공단 공동 시찰(작년 12월)과 관련한 평가회의를 열기로 이날 합의했는데, 우리측은 신변 안전문제를 거론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청와대 관계자는 "사업자인 아태평화위를 북한 당국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신변 안전 합의서를 개정할 수 있는 통일전선부 등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했다. 현 정부가 관광 대가로 현금이 북한에 유입되는 데 부정적인 것도 변수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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