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권에 대해 국제사회가 마치 자신들의 일처럼 발벗고 나선 것에 비해, 당사자 격인 우리 정부와 정치권의 시선은 덤덤하거나 심지어 냉랭하기까지 하다. 보편적 권리인 인권(人權)이 '북한인권'이란 이름으로 국내에 들어오면 정파의 논리로 재단되는 현실이다. 북한 인권개선을 요구하며 두만강을 건넌 한국계 미국인 로버트 박 문제는 국내에서 '돌출행동' 취급을 받고 있다. 앰네스티(국제사면위원회) 관계자들이 촛불집회에 대한 경찰 대응을 조사하려고 방한했을 때, 이들의 손짓 발짓 하나에 촉각을 세우던 야권과 소위 '인권단체'들의 뜨거운 시선과 대조된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을 거치며 북한 인권은 국제사회의 높은 관심과 달리, 국내에선 '민족화해를 가로막는 장애물' 정도로 취급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에 계류 중인 북한인권법안이다. 북한 주민의 인권상황에 대해 우리 정부가 확인하도록 촉구·확인하는 내용의 이 법안은 17대 국회 때도 발의됐지만 자동 폐기됐고, 18대 국회에서도 민주당이 'MB악법'의 하나로 규정하면서 논의가 지지부진하다.
국제 인권감시단체인 프리덤하우스는 12일 발표한 194개국 대상 인권보고서에서 북한을 미얀마·수단 등과 더불어 최악 등급에 속하는 9개국에 포함시켰다. 미국과 일본 의회가 북한인권법을 의결하고 유엔 등 각종 국제기구가 북한 인권 개선에 나서는 등 북한인권에 대한 관심은 진보·보수를 넘는 '글로벌 스탠더드'가 됐다. 그러나 정작 한국에선 북한인권법이 '악법(惡法)'으로 규정되는 웃지 못할 상황이다.
/정우상 기자 imagin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