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국방위원장님, 김대중 대통령님과 맞잡은 화해의 손이 우리 가족에겐 만남의 축복으로 이어질 수 있게 해 주십시오. ”(최우영·30·동진호 납북어부 최종석씨의 맏딸)

“제 아버지를 찾아주세요. 할머니는 죽기 전에 아버지 손 한번 잡아보는 것이 소원입니다. ”(강현문·16·납북어부 강희근씨의 아들 )

27일 금강산호텔에서 열리는 남북적십자회담을 앞두고, 이산가족 만남에서 제외된 동진호 선원 등 납북자 가족들이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전해 달라며 적십자 측에 편지를 전달했다.

강화도 인근 교동도에서 할머니 김삼례(76)씨와 살고 있는 강현문 군은 지난 22일 “세 살 때 아버지가 납북된 뒤 ‘아버지’라는 말 한마디 못 해봤다”며 “아버지의 생사만이라도 알게 해달라”고 김 위원장에게 편지를 썼다. 강군은 “아버지 손을 잡고 지나가는 아이들이 늘 부러웠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부산 남성여고 1학년 때 아버지와 생이별한 최우영씨도 “정상회담에서 아버지와 같은 분들의 이야기가 빠져 많이 울었다”며 “우리 가족의 간곡한 소원을 외면하지 말아달라”고 썼다.

중국에서 납북된 안승운 목사의 부인 이연순(52)씨는 “남편과 헤어진 지 6년째입니다. 그 사이 시집간 두 딸의 모습을 남편에게 꼭 보여주고 싶습니다”라고 편지에서 호소했다.

최씨를 비롯한 납북자 가족들은 지난 22일 대한적십자사를 방문해 정원식(정원식) 총재를 만나 당국이 납북자 가족 상봉문제에 적극 나서줄 것을 요청하며 편지를 전달했다. 최씨는 “편지가 김 위원장에게 전달되리라 믿는다”며 “이번 8·15방북단에는 납북자 가족도 꼭 포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동흔기자 dhshi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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