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월포위츠 존스 홉킨스 국제대학원장이 26일 세종연구소(소장 김달중·김달중)와 미 헤리티지재단이 공동 주최한 원탁회의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워싱턴과 서울의 시각’에서 연설했다. 월포위츠 원장은 “이번 김대중 대통령의 평양방문은 77년 사다트 이집트 대통령의 전격적인 이스라엘 방문에 비견될 만큼 기존의 인식을 깨뜨린 사건이었다”며 “그러나 그 후 두 나라가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듯 한국과 북한 간에도 많은 문제들이 쌓여 있기 때문에 현실적 인식이 무엇보다 중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조지 부시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의 외교담당 참모로 부시가 당선될 경우 국무장관이 유력시된다. 다음은 기자들과의 일문일답.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국제사회에 공식 등장했다는 평가가 있다.

“그동안 김정일 위원장에 대한 정보가 없었기 때문에 그에 관한 희화적 인식이 만연했다고 볼 수 있다. 일단 이번 회담을 계기로 그같은 인식은 사라졌다. 그러나 한 국가의 지도자를 개인적 면모로 판단하는 것은 위험하다. 역사적으로 보더라도 상큼한 이미지와 끔찍한 통치를 함께 보여준 지도자들이 많았다. 지금 남·북한의 흥분된 분위기에선 지난 10여년 동안 김정일 위원장이 실질적으로 보여준 일들을 거론하는 것조차 힘들겠지만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

―김대중 대통령은 25일 남북한 군사위원회 설치를 제안했다. 그것은 기존의 4자회담이라는 한반도 문제해결 틀과는 배치되는 것이 아닌가?

“남북한 간에 직접 군사문제에 대한 합의가 이뤄진다면 미국이나 중국도 거기에 기여하면 될 것이다. 절차보다는 내용이 중요하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계속 북한의 도발가능성이 존재해왔다. 군사위원회 설치 등으로 북한이 도발에서 멀어지는 행보를 한다면 좋은 일이지 않은가. ”

―당신은 주한미군의 존재이유가 북한의 도발억제임을 분명히 했다. 그렇다면 논리적으로 한반도가 통일될 경우 주한미군은 필요없다는 주장과 연결된다.

“다시 한번 이야기하지만 주한미군은 북한도발억제가 핵심이다. 개인적으로는 통일 후에도 한국과 미국의 군사우호관계가 유지되는 것이 주변국들과의 역학을 고려할 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통일 후 주한미군’은 그때 가서 이야기하자. 지금은 그런 가정을 논할 만큼 편한 상황이 아니다. ”

―이미 공화당 내에는 헬름즈 상원의원을 비롯해 미군철수를 주장하는 의견이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안다.

“헬름즈의 주장이 잘못 인용된 것이길 바란다. 공화당 내에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전반적 분위기는 아니다. 지금은 철수를 논의할 시기가 아니다. 그렇다고 주한미군이 영원히 주둔할 수도 없다는 점을 밝혀둔다. ”

―미국은 중국의 인권문제를 거론해왔다. 현재 중국 내 탈북자들의 인권문제는 그보다 훨씬 심각한 수준에 있다. 이에 대한 미국정부의 견해나 정책은 있는가?

“(연말의 선거를 염두에 둔 듯) 6개월후라야 책임있는 답변이 가능할 것 같다. 일단 미국이 그 문제에 대한 정책을 갖고 있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것은 인도차이나 난민문제와 비슷하다. 미국이 그 문제를 거론하려면 난민지원을 위한 재정부담을 떠안겠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 아직 그런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 정권교체 여부와 관계없이 중국 내 탈북자 문제를 공식적인 의제로 만들어가는 것은 중요하다고 본다. ”

/이한우기자 hw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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