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주석의 미·중 정상회담은 앞으로 세계 질서를 이끌게 될 미·중 G2(주요 2개국)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자리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3박4일 중국 방문 동안 "중국은 미국과 함께 시급한 세계적 도전에 대응할 강력한 동반자"라는 입장을 밝혔다. 오바마는 "강력한 중국, 번영하는 중국은 국제사회 힘의 원천이 될 수 있으며, 미국은 중국을 봉쇄하지 않을 것"이라는 신(新)아시아 구상도 내놓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으로부터 분리 독립하려는 달라이 라마와 티베트 문제에 대해서도 "티베트는 중국의 일부분"이라며 사실상 중국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과거 미국 대통령들이 중국을 방문할 때마다 단골 이슈로 거론하던 중국의 인권정책에 대한 비판도 사라졌다. 미국과 중국 모두 논란을 부를 큰 쟁점들을 피해갔기 때문이다. 오바마는 "중국은 지난해 발생한 최악의 금융위기에서 미국이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줬다"고도 했다.

미국은 지난해 9월부터 1년 동안 1조4000억달러의 재정 적자를 기록했고, 누적 적자가 미국 GDP의 80%에 육박한다. 미국 국채(國債)를 외국에 계속 매각해 나라 살림을 꾸려가야 하는 처지다. 중국은 8000억달러의 미국 국채를 보유한 최대 채권국이다. 미국이 더이상 중국에 대해 이래라저래라 요구하기 힘든 상황이다.

미·중 양국 정상이 G2 시대 개막을 세계에 알린 이날 기자회견에서 가장 먼저 밝힌 회담 합의사항은 북한 핵문제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후 주석과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에 합의했다"고 했고, 후 주석도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한반도 핵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중국과 미국은 물론 유관 당사국들의 공동 이익에 부합한다는 것에 인식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북한 핵 등 한반도 문제는 앞으로도 미·중 회담의 단골 이슈가 될 것이다. 미국과 중국 모두 한반도에 깊은 이해관계를 갖고 있어 한반도야말로 미·중 G2 시대의 한복판에 서게 됐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은 지난 7월 중국측에 북한 급변사태에 대비한 전략대화를 제의하기도 했다. 북핵과 남북통일 등 한반도의 운명이 걸린 문제들이 미·중 협의의 테이블 위에서 다뤄질 것이라는 이야기다. 그리고 G2 시대의 국제 현실을 감안하면 미국과 중국이 내놓는 한반도 구상과 해법은 세계를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이 필요에 따라 때로는 공동으로, 때로는 각각 추구하는 한반도 문제 해법이 반드시 대한민국의 국익과 구상에 일치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미·중 G2 시대를 맞아 대한민국 외교와 국가 전략은 그 이전과 질적으로 달라져야 한다. 지금까지의 단선적 차원을 뛰어넘는 복합적 국가전략 수립을 서두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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