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로스앤젤레스 남캘리포니아대학(USC)에 본부를 둔 ‘국제정책 태평양협의회(PCIC)’는 5일 조선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국의 재정립(Reshaping of Korea)’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PCIC는 1995년 한·미 양국 전문가들에 의해 설립됐으며, 이번 보고서는 작년 9월 각분야 전문가 100여명으로 구성된 특별위원회가 1년여의 연구 끝에 내놓은 것이다. 다음은 보고서 중 북한 부분 요지.

“북한은 한국과의 교류를 확대하고 국제사회의 인도적 지원에 어느 정도 문호를 개방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불가사의한 존재다. 북한 관련 통계라는 것이 대부분 추정치들이지만, 북한 경제가 놀랄 만한 붕괴를 겪었다는 데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북한 정부가 발간한 공식 통계로도 1994년과 1999년 사이 정부 예산이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국내총생산(GDP)은 600~700달러 선으로 하락했다는 얘기다. 북한의 경제 전문지식이나 시장에 대한 이해는 너무나 초보적 수준이어서, 심지어 영리추구 사업과 박애사업을 구분하지 못할 정도다.

북한의 주체사상과 그에 기반한 정책은 막다른길에 다다른 것으로 보인다. 김정일 위원장은 똑똑하지만 충동적이고, 그의 정권은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미 국무장관이 지적했듯이 ‘원맨쇼’다. 군부는 늘 중요한 변수였지만, 궁극적인 정책 결정은 여전히 친애하는 지도자 동지의 몫이다.

김정일 위원장도 자기 나라가 지금 상태로 계속 유지되기는 어렵다는 것을 인식하는 듯하지만, 그가 과연 진지한 개혁의지를 갖고 있는지 여부는 불분명하다.

김정일의 중국 방문은 그가 공산당 지배 체제를 유지하면서 경제 활성화를 꾀하는 중국식 개혁모델에 주목하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하지만 북한은 중국처럼 시장이 크지도 않고, 식량을 자급자족하지도 못한다. 게다가 북한 정권은 철저한 1인 중심체제다.

중국식 모델은 북한이 진정으로 개혁정책을 벌여나가기 위해선 중국의 ‘실사구시 원칙’처럼 이데올로기적 노선정리가 필요함을 보여준다.
/ 윤희영기자 hyyo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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