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김대중) 대통령의 25일 ‘군사위원회 설치’ 발언은 남북정상 간의 6·15 공동선언이 실천단계로 옮겨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김 대통령의 이날 발언과 7월에 당국 간 회담이 개최될 것 등을 종합해 보면, 우리 측은 1992년 발효된 남북기본합의서의 3개 공동위(화해, 군사, 교류협력) 체제의 이행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 아닌가 보인다.

첫번째로 드러난 것이 군사공동위원회인 셈인데, 여기서는 남북정상이 공감대를 확보한 군 당국 간 직통전화 설치 문제가 논의될 것이다. 이어 이미 기본합의서에서 의견 일치를 본 대로 대규모 부대이동과 군사연습의 통보,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이용, 군 인사 교류, 대량살상무기와 공격능력의 제거를 비롯한 단계적 군축 실현 문제(합의서 12조) 등이 협의대상이 될 것이다.

지금까지 남북의 대결구도를 심화시켰던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 한·미 간 군사훈련 문제 등도 모두 협의 대상에 올리지 않을 수 없다. 한반도에서 긴장을 유발해온 핵심문제들이기 때문이다.

군사위의 현안은 이처럼 결코 가볍지 않고 전망도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반면 6·15공동선언의 제4항(제반 분야 협력과 교류)은 더 실천하기 수월할 것 같다. 기본합의서에는 ‘교류협력공동위원회’ 구성이 합의돼 있다. 경제협력 문제는 북한도 바라는 바여서 위원회 설치나 논의가 순조로울 듯하다. 실제 남북이 철도 연결 등 구체적으로 의견접근을 본 사업도 있어 어느 분야보다 활성화할 가능성이 높다.

기본합의서의 3개 공동위원회 중에 지금까지 아무 언급이 없는 ‘화해공동위원회’는 원래 그 논의 대상이 상호 체제 인정, 비방·중상 중지 등이었다. 그러나 이미 남북이 정상회담까지 열었고, 상호 비방도 중지하고 있는 만큼, 이 위원회의 구성·운영을 위한 기초는 놓여졌다고 볼 수 있다.

/최병묵기자 bmcho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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