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넓게, 그리고 미래지향적으로 보아야 합니다. ”

6·25전쟁 50주년 세미나를 개최하기 위해 방미 중인 국내 명문대 총장은 지난 22일 워싱턴특파원 간담회에서 “최근 한국에서 6·25 관련 행사가 축소되고 있는 데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이처럼 답했다. 북한 김정일(김정일) 국방위원장을 ‘그 분’이라고 호칭하면서 “그 분은 한 나라를 이끌어왔다는 점에서 지도력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6·25전쟁은 미국에서 그리 좋지 못한 이름들을 갖고 있다. 북한은 물리쳤으나 중국에 패했다는 점에서 ‘미국이 처음 패배한 전쟁’이란 이름이 있다. 또 3년 동안 유혈 백병전을 거듭한 ‘역사상 가장 처참한 전쟁’이라는 이름도 있다. 그래서 미국인들에게 6·25는 ‘잊혀진 전쟁(The Forgotten War)’으로 기억되고 있다.

이런 6·25의 아픈 상처를 씻고 남북이 화해하자는 데 반대할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러나 3만4000명의 목숨을 희생한 미국인들은 한국에서 6·25 행사마저 축소되는 데에는 반대의견이 많다.

참전단체인 ‘한국전 프로젝트’의 핼 바커 회장은 한국 국방부가 남북화해 분위기를 저해할 수 있다는 이유로 참전용사들의 시가행진을 취소한 데 대해 22일 유감을 표시했다. 그는 “한국전 참전용사들이 다시 ‘잊혀진’ 군인처럼 취급받고 있다”면서 “갑자기 한국에서 무슨 일이 있은 뒤 참전용사에 대한 존경이 부당한 일로 비쳐지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 총영사관이 맨해튼에서 전시하려던 6·25 사진들도 일부는 남북정상회담 사진으로 교체됐다. 한·미 공동으로 열린 6·25 세미나의 한글제목도 ‘더이상 잊혀지지 않는 전쟁(The War Forgotten No More)’에서 ‘글로벌 시대의 남북정상회담’으로 바뀌었다. 미국인들도 기억을 되살리는 전쟁 6·25를 당사자인 우리가 이렇게 쉽게 잊어서는 곤란하다는 생각이다.

/강효상 워싱턴특파원 hska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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