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일본 총리는 10일 중국 베이징에서 ‘한·중·일 3국 정상회의’를 열고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를 위한 공동노력에 합의했다.

특히 최근(4~6일)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원 총리는 “남한과 관계 개선 의지가 있다”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뜻을 이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이 대통령은 이에 대해 “북한이 진정으로 핵을 포기한다면 우리는 얼마든지 열린 자세로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답했다고, 김은혜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남과 북이 중국을 매개로 간접 대화를 나눈 것이다.

원 총리는 공동기자회견에서 “북한은 미국과의 관계 개선뿐 아니라 한국·일본과도 관계를 개선하려고 한다”며 “이 부분이 이번 방북에서 얻은 가장 중요한 느낌”이라고 강조했다.

원 총리는 “이 기회를 틀어쥐고 이용해야 (북핵 문제) 진전을 이룰 수 있다는 사실을 각국이 인식하고 파악하기 바란다”고 했다. 한·일 양국이 북한과 양자(兩者) 대화에 나설 것을 권유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기회가 닿으면 언제든지 북한에 대해서도 ‘그랜드 바겐’ 방침을 설명하고 협력을 구하고자 한다”며 “이 자리에 김정일 위원장이 와서 기자회견을 같이 했다면 이에 대한 좋은 답변이 나왔을 수도 있었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그러나 “남북이 만나는 것도 최종 목표는 핵을 포기하기 위한 것이고, 핵 포기가 전제돼야 북한이 원하는 협력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핵 포기를 전제로 한 남북 대화 원칙을 재확인한 것이다. 하토야마 총리도 북·일 대화에 대해 “(핵 폐기를 위한) 북한의 구체적 행동을 요구하는 스텝(단계)으로 양자대화도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북핵 문제 해법으로 제안한 ‘그랜드 바겐(grand bargain·일괄타결)’ 구상에 대해 하토야마 총리는 “방향성에 공감한다”고 한 반면, 원 총리는 “개방적 태도로 협의할 수 있다”는 정도의 원론적 언급만 했다. 중국의 대북 지원이 유엔 안보리 결의 1874호에 위배되는지 논란에 대해 원 총리는 “원조 제공 과정에서 일관되게 안보리 결의를 준수하고 상임이사국으로서 의무를 이행해왔다”고 했다.

3국 정상은 이날 회담에서 한·중·일 FTA(자유무역협정)의 필요성에 원론적으로 공감했다고 김 대변인이 전했다. 이 대통령은 “한·중·일 FTA는 민간 차원의 공동연구 단계를 넘어 정부 차원의 협의가 개시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세 정상은 이날 3국 정상회의의 사이버 사무국 설치에 합의하고 ‘한·중·일 3국 협력 10주년 기념 공동성명’, ‘지속가능개발 공동성명’ 등 2건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베이징=황대진 기자 djhwa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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