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한·중·일 정상회의는 북한 핵 문제 논의 외에 정치·경제 등 각 분야에서 동북아 3국 간 협력 관계를 보다 긴밀히 하기로 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이명박 대통령과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일본 총리는 이날 발표한 '한·중·일 정상회의 10주년 기념 공동성명'에서 "3국은 포괄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구축함으로써 상호 신뢰를 제고했다"고 지난 10년을 평가한 후, "앞으로 3국 협력을 전략적 관점에서 바라보고 다뤄 나갈 것이며, 협력을 보다 높은 단계로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포괄적'이었던 동북아 3국의 협력 체제에 '전략적'이란 수식어가 붙은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10일 저녁 중국 베이징 다오위타이에서 하토야마 유키오 일본 총리와 함께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환담하고 있다./연합


◆3국 협력 보다 높은 단계로

세 정상은 이날 "3국의 교역량이 세계 전체의 6분의 1에 달하고 GDP(국내총생산)는 동아시아 전체의 70%에 달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지역내 협력 강화를 강조했다. 10주년 기념 성명에서는 "역사를 직시하고 미래를 지향하는 정신"을 강조하며 "안보대화를 강화하고 국방·군사분야 인적교류 협력을 촉진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1999년 '아세안(ASEAN)+3' 정상회의에 맞춰 '번외 이벤트' 성격으로 출발한 3국 정상회의가 국방 담당자들의 교류 협력을 논의하는 단계로까지 진전된 것이다. 북핵이란 큰 안보 위협에 직면해 있으면서도 안보문제를 논의하는 다자기구가 없는 동북아에서 3국 국방 담당자들의 교류 협력은 기초적인 군사적 신뢰 구축 방안의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공동성명에는 이밖에 ▲상호 유익한 협력 증진(무역·재정·투자 등 협력수준 격상) ▲인적교류 확대(청소년 만남 및 대학 간 교류 확대 등) ▲아시아의 평화 안정 및 번영 증진(6자회담 조속 재개, 지역협의체 발전 증진 등) ▲범지구적 문제 적극 대응(기후변화·금융위기·에너지안보·테러 등 문제 협의 강화) 등이 포함됐다.

3국은 또 '지속가능 개발을 위한 공동성명'을 통해 기후변화·황사 등 문제에 대한 협력, 수자원 관리를 위한 장관 협의체 설립 등에 합의했다. 3국 정상은 이들 과제를 협의하기 위한 정상회의 사이버 사무국도 설치키로 했다. 세 나라는 학점 교환을 포함한 대학간 교류를 논의하기 위한 전문가 회의도 곧 열기로 했다.

◆북핵 문제 해법은 입장 차

3국은 안보협력 강화를 약속했지만 가장 민감한 이슈인 북한 핵에 대해서는 입장이 갈렸다. 6자회담 재개 필요성에는 공감했지만 한반도 비핵화에 이르는 구체적 과정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달랐던 것이다. 하토야마 총리는 "각국의 접근방법이 같지는 않다"고 했다.

원 총리는 방북 결과를 설명하면서 관계 개선을 희망하는 김정일 위원장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었다. 원 총리는 "6자와 양자는 서로 모순되지 않는다"며 '기회'를 놓치지 말라고 강조했다. 북한이 6자회담 복귀의사를 명확히 하지 않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대북 관계개선에 적극 나서라고 권한 것이다.

한·일은 양자회담 필요성을 긍정하면서도 '핵 포기를 전제'(한국)로 하거나 '핵 포기를 위한 구체적 행동'(일본)을 조건으로 달았다. 북한이 한·일에 원하는 대화는 경제적 지원, 즉 '돈'을 얻어내기 위한 것인데, 두 나라는 '돈'보다 '핵'에 더 관심이 있다는 얘기였다.

정부 관계자는 "북핵 문제를 둘러싼 동북아 3국 간 논의는 조만간 시작될 북미 대화에 따라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북미 대화에서 북한의 6자회담 복귀 같은 긍정적 변수가 생겨야 남북, 북일 간 대화에도 새로운 '기회'가 생길 수 있을 거란 얘기다./ 황대진 기자 djhwa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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