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시대' 사회주의 건설 전략

강성대국론은 북한이 김일성 사망(94.7.8) 후 김정일 시대 개막에 즈음해 제창한 사회주의건설의 전략목표 가운데 하나이다.

북한은 김일성 사후 공식 후계자인 김정일을 전면에 등장시키지 않은 채 한동안 김일성 후광에 힘입은 ‘유훈통치’를 지속시켜 나갔다. 그러다가 "3년상"이 끝난 직후인 98년 9월 최고인민회의 제10기 1차회의에서 헌법을 개정, 국방위원장을 정점으로 하는 새로운 권력구조를 출범시키고 국방위원장에 김정일을 재추대함으로써 명실상부한 "김정일시대"를 열었다.

북한이 공식 매체를 통해 강성대국이라는 말을 처음 언급한 것은 97년 7월 22일 당기관지 노동신문 사설에서이다. 그러나 이 용어를 국가건설의 방향과 결부해 본격 거론하기 시작한 것은 98년 8월 22일 노동신문 정론(政論)에서부터이다. 노동신문은 정론에서 수령중심의 강성대국 건설을 제기하고 "나라는 작아도 사상과 총대가 강하면 세계적인 강대국이 될 수 있다"며 강성대국론을 역설했다. 이어 같은 달 31일 함북 화대군 무수단리에서 장거리 미사일 대포동 1호(북한은 인공위성 "광명성 1호"라고 주장)를 발사함으로써 강성대국론에 힘을 실었다.

북한이 내세우는 강성대국 건설의 내용은 크게 3가지로 간추려진다. 첫째는 김정일 사상으로 일색화된 정치사상강국 건설이고 둘째는 군(軍)중시의 정치가 구현된 군사강국 건설, 셋째는 주민생활을 향상시킨 경제강국 건설이다. 그리고 이 3자간의 우선 순위는 정치사상강국-군사강국-경제강국 건설 순이다. 즉 사상의 강국을 만드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서 정치사상강국을 건설하고, 혁명의 기둥·주력군으로서 군대를 튼튼히 세우며(군사강국 건설), 그 위력(軍力)으로 경제건설을 추진해 강성대국을 건설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북한은 이미 정치사상강국과 군사강국을 건설했으며, 이제 경제강국만 건설하면 명실공히 주체의 강성대국 건설을 완성하게 된다고 공언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 북한이 추진하는 강성대국 건설의 당면과제는 경제강국을 건설하는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경제회생에 총력을 경주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북한이 심각한 경제위기 속에서 현실과 동떨어진 강성대국론을 제기한 배경에 대해서는 대내적으로 김정일시대 개막에 즈음해 피폐해진 민심을 추스르고 주민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새로운 비전 제시가 절실히 요구됐으며, 대외적으로는 체제붕괴론 등을 불식시키면서 건재를 과시할 필요가 있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김광인기자 kk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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