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지난 90년대 초 아프가니스탄 반군 ‘북부동맹(Northern Alliance)’에 헬리콥터 조종사들을 지원해주고 그 대가로 당시로선 최신예 소련제 탱크 T-80을 입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당시 아프간 집권세력이던 북부동맹을 지원한 것은 소련이 철수한 89년 이후 당시 반정부저항군이던 ‘탈레반’과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던 북부동맹이 91년 소련군이 철수하면서 남겨두고 간 헬리콥터를 조종할 수가 없다며 도와줄 것을 요청한 데 따른 것이라고 한 소식통은 전했다.

북한은 헬리콥터 조종사 10명을 파견하는 대가로 소련군이 고장나서 놓아두고 철수한 T-80 탱크 3대를 요구했고, 북부동맹은 이 제안을 수용했다고 한다. 1978년 개발된 T-80은 시속 43마일의 빠른 속도를 자랑, ‘나는 탱크(flying tank)’라 불린다. 현재 러시아의 최신 탱크로 1993년에 개발된 T-90도 사거리는 T-80보다 102마일이 긴 310마일에 이르지만 속도는 40마일로 T-80보다 느리다.

북한이 T-80을 달라고 한 것은 러시아로부터 이 기종을 지원 받지 못했기 때문이며, 북한은 고장난 T-80 3대를 들여와 몇달만에 비슷한 성능의 탱크를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지난 8월 초 러시아 방문 때 옴스크의 탱크 공장 ‘트래쉬매쉬’에 들러 T-80과 T-90에 큰 관심을 보였던 것으로 보도되기도 했다.

북한이 아프가니스탄에 파견했던 헬리콥터 조종사 10명중 한 명이 전투 비행 도중 탈레반 군의 공격으로 추락, 체포돼 병원에 갇혔으나, 72 시간 안에 구해 오라는 김일성의 지시를 받고 아프가니스탄에 침투한 노동당 작전부 요원들에 의해 구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북한이 특수 작전을 펴가면서 조종사를 구출한 것은 아프가니스탄에 군사적으로 개입한 증거를 남기지 않기위해서인 것으로 보인다.
/이교관 기자 haeda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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