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소련 붕괴로 북한이 구상무역을 못하게 되자 북한의 산업이 침체하고 전기 공급이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석유와 전기의 공급량으로 볼 때 북한의 생산은 20년 전과 같은 수준으로 되돌아갔다는 추산을 할 수 있다(지난 20년 동안 남한의 에너지 소비와 국민생산은 4배로 증가했다). 그래서 북한의 경제는 외부의 지원이 절실히 필요한 실정이다.

우선 10년 전 수준으로라도 생산시설을 가동하게 하려면 전기공급 증대가 앞서야 한다. 그러나 전기공급시설의 수리를 위한 부속품(구소련권 제품) 수입이 현금이 없어 어려운 실정이다.

이럴 때 공급과잉 상태에 있는 남한의 심야전기를 의정부변전소와 문산변전소를 통해 해주 및 평양 근처로 북송하고, 그 대가로 양질이면서 값싼 만주 석탄의 북한철도를 통한 수송권을 얻는다면 수송비가 크게 절감되어 상호간에 큰 이득이 될 것이다.

남한처럼 심야에 전기의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면 전기의 질이 나빠져서 정밀기계나 중화학제품 생산에 큰 손해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심야전력을 소비하기 위해 현재 160만㎾의 양수발전시설이 심야 시간대의 양수에 사용되고 있으며, 또 건설 중인 양수발전시설도 170만㎾에 이르고 있다. 현재 심야전력 수요 창출을 위해 평균원가의 3분의 1 가격으로 심야전력을 판매하고 있다.

남한은 매년 급증하는 피크(전력최대사용) 시간대의 전기수요에 맞춰 전력공급시설이 크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심야전력의 소비량은 상대적으로 적어질 수밖에 없어 양수발전시설 및 심야전력 활용을 위한 유인정책을 더욱 지속해야 할 형편이다.

전기가 부족한 북한은 오래 전부터 시행 중인 ‘교차생산제도’로 심야와 공휴일 작업을 증가시킬 수 있다.

전기를 북송하는 방법은 우선 의정부변전소에서 개성 근처의 변전소까지 그곳의 전압에 맞춰 송전한다. 변전소에서 전압을 높일 수도 있고 내릴 수도 있기 때문에 북한의 전압에 맞춰 송전해줄 수 있다.

또 남·북한 어느 한 쪽의 사고가 상대방에 미치지 못하는 장치(Back to Back Convertor 교류→직류→교류)를 하여 자동으로 차단되도록 할 수도 있다. 실례로 2년 전부터 전라남도 해남에서 제주도 총 전력수요의 60%를 해저송전선을 통해 공급하고 있는데 1999년 초봄에 발생한 제주도 전체의 정전사고는 해남에 조금도 영향을 주지 않았다.

현 상태에서 간단한 남북연계시설을 이용한다면 수풍수력과 맞먹는 70만㎾짜리 발전소에서 발전하는 전기를 하루 평균 4시간(연 5110시간)씩 심야 및 공휴일에 북송할 수 있다.

이 같은 전력량의 총 공급원가는 2800억원이 되지만 심야전기만의 원가는 한계비용원칙에 의해서 유연탄 연료비만 계산되므로 360억원 정도가 된다.

남한의 심야전력 송전 대가로 북한철도를 통해 만주의 석탄이 남한의 발전소로 직송된다면 통신이 필수적으로 뒤따르게 돼 궁극적으로는 대북한 및 만주, 시베리아와의 전기·철도·통신의 연계가 이루어지지 않을 수 없다.

만주도 석탄 수출의 길을 얻게 되고 되돌아가는 화차에 남한 제품을 실어 보낸다면 이중의 이득을 얻을 수 있다. 동시베리아의 천연가스, 석탄 등을 남·북한, 중국, 일본이 공동으로 개발에 참여하여 값싼 에너지를 풍요롭게 소비할 수 있는 기회도 얻게 될 것이다.

심야전력을 북송하고 그 대가로 만주 석탄을 북한을 경유하여 수입하는 것은 남·북한 평화공존을 위한 경제교류의 물꼬를 즉시 트는 데 가장 경제성 있고 현실성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 장 영 식 한양대 석좌교수·전 한전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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