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질 때 두 살이었는데..."
26일부터 금강산에서 있을 남북 이산가족상봉에서 북한에 두고 온 아들 하준(61) 씨와 손자 광일(34) 씨를 만나게 된 석찬익(89.속초시 조양동) 씨는 "죽기 전에 아들과 손자 얼굴을 보게 돼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라며 기뻐했다.

황해도 은율군 이도면 서해리가 고향인 석 씨는 지난 1948년 부인과 아들을 남겨놓고 혼자서 월남했다.

당시 아들은 두 살배기에 불과했다.

월남 후 서울에 정착한 석 씨는 북에 두고온 부인과 아들을 남한으로 데려오려고 했으나 6.25전쟁이 일어나는 바람에 끝내 만나지 못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6.25전쟁 중 북한에 있던 친인척 상당수가 남한으로 내려왔으나 부인과 아들은 오지 못한 것.

당시 부인은 서해리와 가까운 감정리에 있는 처가에 있었는데 피난민을 수송하는 선박을 타려고 친인척들과 같이 배 타는 곳까지 왔었는데 집에 계시는 할머니를 보고 온다며 잠깐 자리를 뜬 사이 배가 떠나오는 바람에 함께 나오지 못했다는 것이다.

"헤어질 때 아무것도 모르던 피붙이였는데 이제는 60을 넘긴 늙은이가 됐을 정도로 세월이 흘렀네요. 모습도 많이 변했겠지요...마누라도 보고 싶은데 상봉대상자 명단에는 아들과 손자밖에 없어요."
2005년 5월 5일 사고로 무릎관절을 다치는 바람에 혼자 거동하기 어려워 보호자가 동반하는 휠체어를 타고 금강산에 가야 하는 석 씨는 "하루빨리 아들을 만나 지난 세월의 회포를 풀고 싶다"며 "손자 모습은 또 어떨지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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