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15일 인터뷰에서 “북한이 지금 위기를 느끼고 있기 때문에 그 위기를 탈출하기 위해서 다소간 대미·대남·대일 유화책을 쓰고 있는데, 현재로서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겠다는 진정성이나 징조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은 아직도 경제 협력을 받으면서 핵 문제는 그냥 시간을 끌어서 기정사실화시키려는 목표가 있다고 보인다”면서 “그러므로 앞으로 이 문제에 있어서도 6자회담 회원국들이 합심해서 같은 전략으로 북한 핵을 포기시키려는 노력을 더 가중해야 한다”고 했다.

또 이 대통령은 “북한 핵실험 이후 미국과 일본이 중심이 돼서 유엔 안보리에서 강력한 제재 조치를 했다”면서 “과거에도 유엔을 통해 많은 제재를 했으나 이번이 가장 강력한 조치이고 또 실천에 옮겨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북한이 이 문제에 대해 처음 예상했던 것보다 실질적 (제재) 효과가 나타나서 상당히 곤혹스러워 하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고 했다.

이날 이 대통령이 밝힌 북핵 문제의 원칙은 ‘북한의 진정성과 국제 공조’로 요약된다. 특히 이 대통령은 북한의 2차 핵실험(5월 25일) 이후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이 상당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평가를 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미군 감시 속에 미얀마로 향하던 북한의 강남호가 회항한 일이나 북한의 무기를 실은 것으로 의심되는 화물이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압류된 사건, 국제사회의 ‘대북 금융제재’ 등이 북한의 유화책을 이끌어 냈다는 것이다.

또 최근 미국이 북한과의 양자대화 방침을 밝혔지만 그 이전에 한·중·일·러의 협의를 거쳐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위한 양자 대화를 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에서 보듯 북한을 상대하는 나머지 5개국의 협력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는 분석이다.

이런 흐름에서 이 대통령은 남북 관계에서도 북한이 비핵화와 관련된 의미 있는 조치를 취하기 전까지 성급하게 관계 개선을 추진하지는 않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안보부서 관계자는 “북한이 최근 유화 공세와 위협 카드를 동시에 구사하는 등 혼란스러운 신호를 보내고 있지만 북핵 문제 해결이 우선이란 원칙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인식을 보여준 것”이라고 했다.

정부 소식통은 “북핵 문제를 풀려면 긴 호흡으로 국제 공조를 유지하며 북한의 전술에 말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며 “핵 문제에서 본질적인 변화를 유도하기 위한 우리 정부의 노력은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주용중 기자 midwa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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