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자로 내정된 셋째 아들 '김정운'의 이름이 최근 북한 문건들에선 '김정은'으로 표기돼 북한 사회의 불투명성을 다시 한번 보여주고 있다.

김 위원장의 셋째 아들 이름이 김정운이라는 것은 최근까지 '부동의 사실'이었다.

노무현 정부 시절 외교안보분야에 있었던 한 관계자는 13일 "당시 모든 보고서에서 김 위원장의 셋째 아들의 이름은 김정운으로 명기됐다"며 "정보 당국의 검증을 거친 것이었기 때문에 의문의 여지가 없었다"고 말했다.

당시 정보 당국은 자체 정보를 갖고 있었을 뿐 아니라 '김정일의 요리사'라는 책을 쓴 일본인 후지모토 겐지씨의 증언을 다양한 경로를 통해 검증했다.

후지모토씨는 일본 귀환후 쓴 자신의 일본어 책에서 김정운 가운데 '운'의 한자를 '구름 운(雲)'으로 표기했다.

정통한 대북 소식통도 "김정운의 본래 이름은 김정운"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나 북한이 한자 표기를 거의 하지 않기 때문에 김정운의 '운'자가 구름 운인지 여부는 모른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북한이 김정운을 "군사의 영재" 등으로 선전하는 내부 교양자료에서 그의 이름을 '김정은'으로 표기했다고 일본의 마이니치 신문이 보도한 후 우리 정부 당국도 공식 확인해 주지는 않지만 김정운의 공식 이름을 '정은'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의 이런 판단 근거는 알려지지 않았다. 국가정보원은 북한 당국이 지난 5월 해외공관에 보낸 전문을 근거로 김정운이 후계자로 내정됐다고 6월1일 확인했었는데, 당시 국정원은 국회 정보위원들에게 후계자 내정 사실을 확인하면서 후계자 이름을 '김정은'이 아닌 '김정운'으로 불렀다.

이와 관련, 다른 대북 소식통은 "김정운의 본명은 이미 알려진 김정운이 맞다"면서 "그러나 북한이 지난 6월 말께 각 재외공관에 보낸 지시문에선 김정운의 이름을 '김정은'으로 표기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정보 당국의 판단이 여기에 근거했을 가능성도 있고, 그렇다면 김정운의 후계체제 구축이 본격화되면서 이름을 바꾼 것으로 볼 수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어린 시절 쓰던 '유라'라는 러시아식 아명을 상당히 오랫동안 썼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고위층 탈북자는 "김정일은 대학졸업 후 노동당에서 근무하던 초기에도 친분이 두터운 한 촬영가에게 보낸 편지의 말미에 자신의 이름을 유라로 표기했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김정운의 이름에 사용된 '운'자가 '구름 운'이어서 하늘에 정처없이 흘러다니는 구름을 상징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져 바꿨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김 위원장 셋째아들의 이름을 확정하는 데는 북한 고위간부들 사이에서도 김정운의 이름이 사람에 따라 정운, 정은, 정훈 등 세가지로 불리고 있는 점이 어려움을 더해준다. 북한 소식지를 발행하는 데일리NK는 `북한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일부 북한 사람들이 김정운의 이름을 김정훈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김정운이라는 이름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면서 말하거나 듣는 사람에 따라 세 가지 이름이 혼용.혼동될 수도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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