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 이산가족 교환방문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적십자회담이 27일부터 30일까지 금강산에서 열리게 됐다. 회담의 주의제는 이산가족 상봉이다. 하지만 정상회담 이후 첫 접촉인 만큼, 회담 합의내용의 실천에 관한 북한측 의지를 확인하는 자리이고, 그래서 700만 이산가족은 물론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될 것이다.

그럼에도 이 소식을 글로써 알릴 기자는 단 1명뿐이다. 22일 우리측이 제안한 ‘취재기자 6명’ 중에는 TV와 신문 등을 위한 카메라 기자 5명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이 ‘단 1명의 독점 기자’가 보내는 기사는 서울과 회담 장소까지 놓여질 전용회선을 통해 국내외 기자들에게 전달된다. 다양한 시각의 기사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일이 이렇게 된 데 대해 책임있는 정부 관계자는 “북한측과 연락관 접촉을 통해 규모에 대한 의견을 사전 조율했었다”고만 해명했다. 그러나 취재기자 1명은 북한측이 ‘금강산 회담‘을 제의(21일)한 데 대한 우리측 답신(22일)에 포함된 사항이다. 내막은 자세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우리측이 ‘반(반)자발적으로’ 북한측의 취재 제한에 너무도 쉽게 동의한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우리측은 정상회담 준비접촉 때도 취재기자 ‘80명’(우리측), ‘40명’(북측)을 놓고 협상하다가 북한측 주장에 가까운 ‘50명’으로 양보하는 바람에 ‘공동 취재’라는 기형적 시스템을 만들었다. 더구나 북한이 거부한다는 이유로 외신기자는 취재단에 포함조차 시키지 않아 강력한 항의를 받기도 했다. ‘후진적’이라는 조롱도 들어야 했다.

‘독점 기자’ 방식은 여러 매체가 똑같은 목소리를 내는, 보도매체를 선전수단으로 여기는 북한측 전용(전용)이다. 그런데 이번에도 우리는 그런 기준에 맞춰준 셈이 됐다. 통일부가 북한을 닮아가는가? /최병묵 정치부 차장대우 bmcho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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