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진씨/조선닷컴

"현대아산 개성공단 근로자 유성진씨는 북한 여성과 교제하는 과정에서 개인적으로 개성·금강산지구 출입 체류에 관한 남북합의서를 일부 위반했다. 그러나 장시간 유씨를 조사하면서 접견조차 허용하지 않고, 강압적 조사를 통해 허위진술을 강요한 북한도 역시 합의서를 위반했다."

정부는 25일 이 같은 요지의 유씨 억류사건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유씨는 지난 3월 30일 북한 당국에 체포됐다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방북을 계기로 억류 136일 만인 지난 13일 풀려났다.

정부는 유씨가 체포된 이유에 대해 "유씨는 2005년쯤부터 교제해 온 개성공단의 북한 여성 근로자 A씨에게 북한 최고지도자(김정일) 사생활과 탈북 실태 등 북한 정치체제를 비판하는 내용이 일부 포함된 편지를 여러 차례 전달했다.

유씨가 A씨에게 보낸 편지에는 탈북을 권유하면서 방법을 알려주는 내용도 들어 있다"고 했다. 또 "유씨가 평소 주변 사람들에게 1998년 대우건설 근로자로 리비아에서 일할 때 북한 여성 B씨와 교제했던 사실을 말해 온 점도 이번 억류사건의 주요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B씨는 리비아에서 근무하다 남한행을 시도한 혐의로 북한으로 소환당했다고 한다.


유씨는 3월 30일 북 당국에 체포된 뒤 석방될 때까지 개성시내 자남산여관 310호에 억류된 채 조사를 받았다. 평양에서 내려온 북측 조사관들은 유씨에게 '최고지도자 비판, A씨 탈북 유도' 혐의를 들이대면서 구체적인 사실 관계와 동기, 배후 등을 자백하도록 강요했다고 한다.

또 1998~2000년 리비아에서의 B씨 교제 및 B씨의 남한행 시도 개입 여부도 집중 추궁했다고 정부는 덧붙였다. "유씨는 처음에는 혐의를 부인했지만 북측이 A씨에게 준 편지 등 증거물을 제시함에 따라 혐의를 인정하고 자술서도 썼다.

리비아 건과 관련해서는 북측이 유씨에게 '남한 정보기관의 지시를 받고 활동했다'는 허위 자백을 집요하게 강요, 유씨는 항의 표시로 4월 23~25일 단식까지 했다. 그러나 결국 버티지 못하고 5월 17일쯤 북측 요구대로 허위진술서를 써 줬다"는 게 정부 발표다.

북측은 억류 기간 구타·폭행·고문 등은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북측은 유씨를 오랜 시간 나무 의자에 정자세로 앉혀 놓고 신문하는가 하면, 조사관과 경비요원이 수시로 반말과 욕설을 했고, 10여 차례 각각 3~5분 동안 무릎을 꿇게 했으며, 잠을 자야 하는데도 불을 꺼주지 않는 등 비인도적 처우를 했다"고 정부는 덧붙였다./신효섭 기자 bomna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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