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동원(임동원) 국가정보원장이 출석한 가운데 22일 오후 비공개로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에서는 남북정상회담 결과의 누출과 방북 과정에서의 임 원장 행적이 집중 거론된 것으로 전해졌다.

야당 의원들이 “안보 최전선의 책임자가 김정일(김정일) 국방위원장 앞에서 ‘서울도 울고, 평양도 울었다’는 식의 건배사나 해서 되겠느냐”고 따지자, 여당 의원들이 “말다운 말을 하라”며 적극 방어에 나서면서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한나라당 김기춘(김기춘) 의원은 “방첩·대공(대공)수사가 중요 기능인 정보기관 책임자가 협상의 주체가 되는 것이 효과적이고 적절하냐”며 “이번의 남북공동선언은 91년 정원식(정원식)·연형묵(연형묵)간 남북기본합의서보다 구체적이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유흥수(류흥수) 의원은 “임 원장이 비밀방북 중 누구와 어떤 논의를 했느냐”고 묻고 “만찬장에서 감상적인 건배사를 한 것은 신중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정상회담 뒷이야기들이 흘러나오는 것은 국정원장이 결과에 도취돼 보안을 소홀히 한 것”이라고 따졌다.

정형근(정형근) 의원도 “주한 미군관계는 어떻게 합의됐고, 앞으로의 후속조치는 어떻게 할지 설명하라”고 요구했다.

이윤성(이윤성) 의원은 “김정일의 공항 영접에 대해 권력 핵심부 사람들의 말이 엇갈린다”며 “공항영접이 사전에 약속됐다면 각본에 의한 연출 아니냐”고 묻기도 했다.

반면에 민주당 김옥두(김옥두) 의원은 “임 원장이 정말 크게 수고했다”며 “야당은 터무니없는 트집을 잡지 말고 정상회담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협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회의시작 전 한나라당이 ‘임 원장 사퇴촉구’ 논평을 냈다는 사실을 듣고, “함부로 말한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김한길, 박상규(박상규), 박상천(박상천) 의원 등은 야당 의원들의 임 원장에 대한 공세를 일축하고, “정상회담 결과가 잇따라 노출돼 북한을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를 표시하면서 “임 원장은 정상회담의 후속 조치를 성공적으로 도출하기 위해 만전을 기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대해 임 원장은 “역사적인 정상회담이 이산가족 상봉, 제2차 정상회담 성사 등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최근 일련의 대북 관련 정보 누출에 대해서는 보완책을 마련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갑식기자 gsmoon@chosun.com

/윤정호기자 jhyo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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