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표정의 현대아산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7박8일간의 북한 방문을 마치고 돌아온 17일 서울 계동 현대아산 사옥에서 직원들이 고 정주영 회장의 대형 사진 옆을 지 나고 있다./조선닷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북측과 남북 교류협력 5개항에 합의하면서 중단됐던 현대그룹의 대북 사업도 활기를 띨 전망이다. 지난해 7월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 사건 이후 금강산 관광은 1년 이상 중단 상태이다. 또 작년 12월 1일 북측의 육로 통행 및 체류 제한 조치로 개성 관광까지 중단돼 있으며, 개성공단 역시 제품과 부품의 통과가 제한돼 기업들이 극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 "주문 늘 것"

존폐 위기에 몰렸던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극적인 화해무드가 조성된 데 대해 일단 안도하고 있다. 지난해 말 북한이 하루 통행 횟수를 19회에서 6회로 줄이고 남측 상주인원도 880명으로 제한하면서 일부 기업들은 전면 철수를 결정하기도 했다. 입주기업인 삼덕통상의 문창섭 대표는 "작년 말 이후 통행제한으로 제품과 원료를 제대로 생산·운반할 수 없어 경영에 어려움이 컸다"며 "이번 합의로 인해 현재 50% 수준으로 떨어진 입주기업들의 공장 가동률도 올라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회의적 시각도 남아 있다. A입주기업 관계자는 "이번 조치로 통행제한 등 경영상의 불편함이 없어졌을 뿐"이라며 "통행제한 재발 방지 등 획기적인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 한 개성공단의 정상화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봉현 기은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최근 개성공단과 관련해 북한이 요구하고 있는 '1인당 인건비 300달러, 토지임대료 5억달러 지급' 등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며 "남북 당국 간 회담에서 이런 문제를 풀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밝은표정의 현대아산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7박8일간의 북한 방문을 마치고 돌아온 17일 서울 계동 현대아산 사옥에서 직원들이 고 정주영 회장의 대형 사진 옆을 지 나고 있다./이준헌 객원기자 heon@chosun.com ◆금강산·개성 관광 추석 전 재개 가능성

이번 합의로 금강산과 개성 관광은 정부의 승인이 날 경우, 이르면 올 추석(10월 3일) 이전에 재개될 가능성이 있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금강산 현지에 인력이 남아 호텔을 비롯한 관광 관련 시설을 관리해왔기 때문에 금강산 관광은 언제든지 재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아산 측은 내심 가을 단풍철 전에 관광이 재개되기를 바라고 있다. 현대아산은 지난 2월부터 사전 예약을 통해 3만4000명의 관광객을 모집해놓은 상태다. 하지만 우리 정부가 '관광객의 신변 안전 보장'을 전제 조건으로 내걸고 있어 당국간 협상 과정에서 이 부분이 어떻게 논의될 것인지 지켜봐야 한다.

비로봉(해발 1639m) 관광의 경우, 2007년 11월 2일 현 회장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면담을 통해 합의를 본 사안이었다. 도로와 숙박 시설 등만 보완하면 비로봉 관광도 어렵지 않다는 게 현대아산 측 설명이다.

개성관광은 금강산 관광보다 더 빨리 재개될 수 있을 전망이다. 북측이 남측 인원의 군사분계선 육로 통행과 북측 체류를 회복하기로 한 만큼 장애물이 걷히게 됐다. 백두산 관광 역시 2007년 11월 현 회장이 김 위원장과 만나 합의를 봤었다. 하지만 항공편을 이용해야 하는 백두산 관광은 남북 당국 간 항공 협정이 체결돼야 하고 삼지연 공항 공사도 완료돼야 한다는 점에서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상당수 전문가는 "관광 재개는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대그룹과 돈줄이 마른 북한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213억원 적자를 기록했던 현대아산은 올해 들어 1분기에만 257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김승범 기자 sbkim@chosun.com
이성훈 기자 inout@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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