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내금강을 방문한 남측 관광객들이 내금강관광 코스의 끝부분인 묘길상 앞에서 비로봉을 바라보고 있다./연합

현대그룹의 대북사업을 총괄하는 현대아산이 금강산과 개성뿐만 아니라 백두산 관광 길까지 한꺼번에 열 수 있을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16일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면담을 통해 이들 지역에 대한 관광 재개에 합의해 이르면 올 추석(10월3일) 이전에 금강산과 개성 관광이 재개될 가능성이 커졌다.

그러나 백두산 관광이 실현되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금강산, 비로봉까지 열리나 = 금강산 관광은 작년 7월11일 관광객 박왕자 씨 피격 사망 사건 이후 13개월째 중단된 상태고, 개성 관광은 작년 말 남북 통행과 상주 인원을 제한하는 북한의 `12.1 조치'로 중단됐다.

현대아산은 주력 사업인 금강산 관광의 경우 우리 정부가 재개를 승인하면 한 달여 안에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지 시설이나 영업 시스템의 유지.관리가 잘 돼 있어 버스 운전사와 휴게소 판매원, 음식점 직원 등 필요인력을 선발하고 교육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는 3∼4주가 걸린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현 회장이 김 위원장과 합의한 추석 이산가족 상봉이 실현된다면 금강산에서 이뤄질 수 있을 전망이다.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현대아산이 지난 2월부터 접수한 금강산 관광 예약 고객 3만4천여명도 이르면 추석 이전에 금강산을 볼 수 있게 된다.

특히 현 회장과 협상 파트너인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위원회의 합의문에는 금강산 최고봉인 비로봉(1천638m) 관광도 새로 시작하자는 내용이 들어가 있어 비로봉이 남한 관광객들을 맞이할 날도 머지않은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비로봉 관광은 2007년 11월2일 현 회장이 김 위원장과의 면담을 통해 합의를 본 사안이다.

현 회장은 같은 해 12월8일 비로봉 답사도 다녀왔다.

비로봉은 기존 관광 코스와 다른 내금강 코스를 거쳐 올라간다는 점에서 금강산 관광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것이 된다.

◇개성 관광은 가시권 vs 백두산 관광은 시간 걸릴 듯 = 개성 관광은 금강산보다 재개하기가 훨씬 쉽다.

일단 현대그룹과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가 16일 합의한 남한 인원들의 군사분계선 육로 통행과 북한 지역 체류 원상회복 방침은 '12.1조치'를 8개월여 만에 사실상 해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 개성 관광은 금강산보다 거리가 가까워 숙박이 없는 당일 코스인데다, 상품을 팔고 안내하는 등의 일은 북한 쪽에서 하고 현대아산은 최소한의 운용만 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 쪽의 승인만 있으면 당장에라도 가용 인력을 투입해 시행할 수 있다.

항공편을 이용해야 하는 백두산 관광은 2007년 11월2일 현 회장이 김 위원장과의 면담에서 합의를 봤으나, 이후 현지 공항 시설 공사와 항공 협정 등에서 제대로 진척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금강산 관광 중단의 여파로 백두산 관광에 대한 후속 논의도 전면 중단됐다.

이에 따라 백두산 관광이 조기에 성사되려면 삼지연 공항의 공사가 빨리 끝나야 하고, 항공 협정 체결을 위한 남북 간 협상도 신속하게 진행돼야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걸림돌이 적지 않아 실현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먼저 우리 정부가 취항을 승인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삼지연 공항이 항공 협정상의 규정을 갖춰야 하는 것이 관건이다. 정부가 백두산 관광길을 열어야 한다는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다면 삼지연 공항에 대한 답사 작업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백두산 관광은 현 회장이 대북 관광의 새로운 영역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심혈을 기울여온 프로젝트다.

현대아산은 백두산 관광이 이뤄지면 평양 연계 관광 등 다양한 상품 판로를 개척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연합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