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0년대 북한 변화의 특징은 권력 중앙의 왕조적 전체주의 지배 능력이 퇴락한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박형중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25일 오후 서울 장충동 타워호텔 렉스홀에서 열린 통일정책연구소가 주최한 학술회의에서 이같이 밝히고 '지배 능력의 퇴락은 개인혹은 권력 중앙에 대한 능동적 도전에 의해 초래된 것이 아니라 경제난과 식량난이라고 하는 외생적 상황에 의해 빚어졌다'고 설명했다.

박 연구위원은 '북한은 왕조적 전체주의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내생적 변화 잠재력 부재 문제가 외부환경 불안정 요소에 의해 더욱 악화돼 변화가 봉쇄되고 있다'면서 '북한이 개혁.개방을 시도하기 위해서는 ▲고도 군비지출 필요성 부재 ▲대내외 안보 위협 부재가 필요하고 서방과 경제관계 확대가능성 등이 존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개혁.개방을 위해 중요한 것은 북한 중앙권력의 안정으로 개혁.개방이 개시될 경우 방향성을 가지고 추진될 수 있을 것'이라며 '북한 내부권력 불안정으로 인한 사회적.정치적 기강혼란은 남측에게도 상당한 비용을 요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학술회의에서 이영훈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위원은 '북한의 경제체제의 변화단계는 경제체제 전환의 이전단계에 있고 지식인들의 시장경제에 대한 인식은 매우 부정적'이라며 '북한은 단번 도약을 꿈꾸고 있지만 그 전제조건을 갖추지 못하고 빈곤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 연구위원은 '북한이 단번 도약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외자유치와 함께 경제주체들에 대한 인센티브 부여 등 체제개혁 및 지배집단의 이윤에 대한 거부감 제거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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