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까지 제재에 가세하자 버티기 어려워 '대화' 선회"
"김정일 위원장은 그동안 버락 오바마(Obama) 행정부의 외교 노선을 잘 이해하지 못했어요. 이제 매우 중대한 실수를 했다는 것을 깨달은 겁니다. 그래서 자신이 약하게 보이지 않으면서 달라지는 방법으로 빌 클린턴(Clinton) 전 대통령을 불러 억류됐던 미국 기자를 사면하고 양국관계에 대해서 논의를 한 겁니다."

2000년 매들린 올브라이트(Albright) 국무장관과 함께 방북해 김 위원장을 만났던 잭 프리처드(Pritchard ) 전 미국 대북(對北) 특사는 5일 "북한은 중국까지 제재에 가세한 상황에서 더 이상 버티기 어렵다고 판단해 대화하자는 입장으로 선회했다"고 분석했다.

한미경제연구소(KEI) 소장인 프리처드 전 특사는 이날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대화하게 되면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1874호 실행 중단을 요청하겠지만,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이 비핵화에 돌입하지 않는 한 결코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후 예상되는 수순은.

"김 위원장이 클린턴을 통해 오바마 대통령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느냐에 달렸다. 만약 긍정적인 메시지를 보내지 않았다면, 북한은 엄청난 기회를 놓친 것이다."

―미·북 접촉은 언제쯤 재개될 수 있을까.

"오바마 행정부로선 김 위원장의 메시지를 면밀히 검토할 시간이 필요하다. 아마도 다음 달쯤에 열리고, 스티븐 보즈워스(Bosworth)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방북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

―대화에 나선다면, 북한의 입장은 어떠할까.

"북한은 2006년 핵실험 후 한 달도 채 안 돼, 유엔 안보리 제재가 흐지부지된 것을 재현하려고 할 것이다. 핵을 포기하기보다는, 시간을 벌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오바마 행정부의 입장은 단호하다."

―미국이 북한의 유화 제스처에 또 속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큰데.

"이미 두 차례나 그런 선례(先例)가 있어, 오바마 행정부는 매우 신중하다. 나는 이번에는 다르다는 것을 확신한다. 북한이 회담에 복귀하는 것만으로 제재가 중단되는 것 아니다. 약속한 비핵화를 분명히 이행해야 제재가 중단된다."

―미북 협상이 재개되면 출발점은.

"단순히 영변 핵시설의 활동 중단으로는 안 된다고 오바마 행정부는 생각한다. 검증 문제가 먼저 해결돼야 한다. 또 새로운 증거가 나오는, 고농축우라늄(HEU) 문제도 함께 다뤄져야 한다."

―지난 5월 인터뷰에서 6자회담은 끝났다고 한 예측은 여전히 유효한가.

"그렇다. 북한이 회담에 복귀하면 6자회담과 다른 형태의 다자 회의를 재창조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다른 의제도 포함돼야 한다." /이하원 특파원 May2@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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