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년 이후 14차례 내보내

북한은 라디오나 텔레비전을 통해 대내외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 내용을 발표할 때 "중대방송"이라는 형식을 애용한다.

중대방송은 일명 "특별방송"이라고도 하는데 "전국적 범위에서 조직적으로 시청되고 중요한 시간에 반복하여 집중적으로 내보내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또 가능한 많은 사람이 듣고 볼 수 있도록 언제, 어느 때 중대방송이 있을 것임을 예고한다.

92년 이후 지난 10년 간 북한이 "중대방송"을 내보낸 것은 총 14차례. 93년 3월 핵문제를 둘러싸고 고조된 위기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내린 "준전시상태" 발령, 김일성 사망(94.7), 김정일 당총비서(97.10.8)와 국방위원장(98.9.5) 추대, 남북 정상회담 개최 합의(2000.4.10) 등이 모두 중대방송을 통해 발표됐다. 이 가운데 김일성 사망은 "특별방송"으로, 남북정상회담 개최 합의는 "특별 중대방송"으로 각각 공표됐는데 기존의 중대방송과 구별해 좀더 무게를 두기 위한 표현으로 풀이된다.

가장 최근의 중대방송으로는 8월 18일 오후 2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러시아를 공식 방문하고 돌아온 것을 알리는 "당중앙위원회·당중앙군사위원회·조선국방위원회 공동보도" 발표였다. 이에 앞서 오후 1시 45분 조선중앙방송과 평양방송은 "청취자 여러분에게 알린다. 오후 2시부터 중대방송이 있겠다. 거듭 말씀드린다. 오늘 오후 2시부터 중대방송이 있겠다"며 예고방송을 내보냈다.

북한은 중대방송이 있을 경우 길게는 하루, 짧게는 수십 분 전에 예고방송을 내보지만 그 내용을 공개하지는 않는다. 이 때문에 예고방송이 나오면 그 내용을 둘러싸고 외부에서 여러 가지 관측들이 나오기도 하는데 예상밖의 내용이 나온 적도 있다.

북한은 94년 11월 9일 오전 11시부터 15분 간격으로 몇 차례에 걸쳐 정오에 중대방송이 있을 것임을 알렸다. 4개월 전 김일성 사망 때의 전례를 기억하고 있던 사람들은 그에 버금가는 중대사안이 발표될지도 모른다면서 촉각을 곤두세웠다. 그러나 정작 발표된 것은 평양에 청류다리 2단계 및 금릉2동굴을 건설하라는 인민군 최고사령관 명령이었다. 북한은 김일성 3주기를 맞은 97년 7월 9일 오후 6시에도 한 시간 뒤인 오후 7시에 중대방송이 있을 것임을 예고했는데, 정작 주체연호 사용과 태양절(김일성 생일) 제정을 선언함으로써, 무엇이 ‘중대’한 것인지에 대한 인식에서 북한당국과 세인들의 괴리를 느끼게 했다.

/김광인기자 kki@chosun.com

◇ 중대방송 예고 일지
년월일 형 식

내 용

92. 4.12 중대방송 김일성 대원수 추대
92. 4.20 중대방송 김정일 원수 칭호 수여
93. 3. 8 중대방송 '준전시상태' 선포
94. 7. 9 특별방송 김일성 사망
94.11. 9 중대방송 청류다리 2단계 및 금릉2동굴 건설 명령
95. 1. 1 중대방송 당보·군보·청년보 공동사설
96. 1. 1 중대방송 당보·군보·청년보 공동사설
97. 7. 9 중대방송 ‘주체연호(1912년 원년) 및 태양절 (4.15) 제정
97.10. 8 중대방송 김정일 당총비서 추대 당중앙위· 당중앙군사위 보도.
98. 7.12 중대방송 전국의 모든 선거자에게 보내는 김정일의 공개서한
98. 9. 5 중대방송 김정일 조선국방위원장 추대
00. 4.10 특별 중대방송 남북 정상회담 합의 발표
01. 8. 4 중대방송 김정일-푸틴 간 북-러 정상회담
01. 8.18 중대방송 김정일 러시아 방문 후 귀환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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