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간 ‘800 연안호’를 예인한지 하루 만에 ’조사중’이라는 사실을 공식 통보해 관심을 끌고 있다.

북한은 31일 오후 동해지구 군사실무 책임자 명의로 우리 측 동해지구 군사실무 책임자에게 전통문을 보내 “현재 연안호에 대해 해당기관에서 구체적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조사결과에 따라 선원들(4명)과 연안호 문제가 처리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사건 발생 당일인 30일 오후 북측은 남북 해사당국간 통신 채널을 통해 “현재 해당기관에서 (선원들을) 조사하고 있다”고 통보한 바 있다. 그러나 이는 북측이 공식 입장을 통보해온 것이라기보다는 우리 당국자가 질의한데 대해 북측 실무자가 구두로 언급한 것에 불과했다.

일단 북측 전통문의 내용만 갖고 사건이 조기해결될지 장기화할지를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사건 발생 하루 만에 공식 경로를 통해 조사중인 사실을 공식 통지한 것은 나쁜 신호는 아닌 것으로 당국자들은 보고 있다.

2005년 북측으로 넘어간지 닷새 만에 송환됨으로써 조기 해결 사례로 평가되는 ‘황만호’ 사건 때도 북측은 발생 하루만에 조사중인 사실을 공식적으로 밝혔었다. 황만호의 월북 다음 날인 2005년 4월14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어선 월북 사실을 전하면서 “해당기관에서 조사중에 있다”고 보도했던 것.

이후 북측은 이틀 뒤인 4월16일 조선적십자사 총재 명의로 보내온 전통문을 통해 같은 달 18일 동해상에서 선박 및 선원을 송환하겠다고 밝혔고 그대로 이행했다.

한 정부 당국자는 “정부가 사건 발생 당일인 30일 선원과 선박의 조기 송환을 요구하는 통지문을 보낸 데 대해 북이 하루만에 공식 회신해온 것은 일단 나쁘지 않은 신호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당국이 인공위성항법장치(GPS) 등 기기 이상에 의한 우발적인 월선으로 보고 있는 이번 사안에 대해 북측이 “구체적인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언급한 것은 개운치 않다는 견해도 있다.

구체적으로 조사한다는 것은 선원들의 실수로 보는 우리 측과 달리 북측은 불법 어로행위가 있었는지 여부 등에 대해 꼼꼼히 따져 보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얘기다.
이런 우려가 현실화하면 조사와 처분 등에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29t급 오징어 채낚이 어선 ’800 연안호’는 30일 오전 5시5분께 강원도 제진(옛 저진) 동북쪽 37km 상의 동해 NLL을 13km가량 넘어갔다가 북한 경비정 1척에 의해 장전항으로 예인됐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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