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언제 잡혀갈지 몰라 마음을 놓을 수가 없어요. 아이들은 자꾸 커가는데 학교도 보낼 수가 없어요."
지난 29일 중국 베이징의 주중 한국문화원에 진입해 신변보호를 요청한 탈북자들은 자신들의 기구한 운명을 한탄하며 끝내 눈시울을 붉혔다.

북한을 탈출해 중국에서 생활한지 8년째인 리정화(28.가명)씨는 딸 한미향(5.가명)양을 데리고 한국행을 시도하기 위해 28일 베이징에 도착했다.

리씨는 주중 한국문화원에 진입해 도움을 요청하기 전날 밤 기자와 만나 그간의 중국 생활을 이야기하다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두만강을 몰래 건너 혼자 중국에 도착한 리씨는 "동북 지방에서 조선족 남자를 만나 결혼을 했지만 신분증이 없어 혼인신고도 하지 못했고 늘 주민들이 자신의 신분을 알고 신고해 공안들이 들이닥칠까 늘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고 말했다.

물론 미향이도 호적에 올라있지 않은 상태라, 곧 학교에 보낼 나이가 되는데 제대로 교육도 시켜주지 못해 엄마로서 너무 가슴이 아프다고도 했다.

함경북도 출신인 그녀는 조선족 남편과 당분간은 떨어져 있는 것을 감수하고라도 이번에 꼭 한국에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함께 만난 최광열(6.가명)군은 먼저 한국행에 성공한 엄마와 떨어져 헤이룽장친척집에 살고 있다.

최군은 아들과 함께 가는 것이 위험하다고 판단한 엄마가 친척집에 맡겨둬 친척 아주머니의 손에 자라고 있는데 "엄마의 얼굴도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최군은 "사진으로만 본 엄마와 하루빨리 만나고 학교에서 친구들과 함께 공부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의 꿈은 현재로서는 이뤄지기 어렵게 됐다.

리씨와 딸, 또 다른 탈북자 박정선(25.여.가명)씨, 최군 등 4명은 29일 문화원에 들어가 난민보호 요청을 했지만 "문화원은 외교시설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도와줄 방법이 없고 오히려 공안에 체포될 가능성이 높으니 빨리 철수하는 것이 좋다"는 한국정부 측의 입장을 듣고 어쩔 수 없이 돌아올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북한인권국제연대의 도움을 받아서 베이징 모처로 향했지만 중국 공안에 체포되지 않았기를 바랄 뿐 현재 어디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문국한 북한인권국제연대 대표는 "이들은 공안에 체포되지는 않은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이들은 현재 베이징을 떠나 뿔뿔이 흩어져 정확한 행방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이들은 우리 헌법 영토조항에 의거한 재외국민으로서 우리 정부는 보다 적극적으로 이들을 껴안고 보호할 의무와 자격이 있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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