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반테러 전쟁을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이에 대한 북한의 입장 표명이 잦아지고 있다.

미국의 반(反)테러 전쟁에 대한 북한의 입장은 '테러도 반대하지만 전쟁에 의한 반테러 투쟁도 반대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무력이나 전쟁에 의한 테러와의 투쟁은 결국 테러보복의 악순환만을 초래하게 된다는 것이 그 이유다.

이러한 입장은 미국의 아프간 공격이 개시된 다음날인 지난 9일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조선중앙통신과 가진 회견에서 온갖 형태의 테러와 지원을 반대하는 것은 북한의 원칙적 입장이라며 테러와의 투쟁방법도 무고한 주민을 살해하거나 지역 정세와 안정을 파괴하는 `무력행사ㆍ전쟁의 방법'은 어떤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강조한 데서 잘 나타난다.

또 지난 19일 파리에서 열린 제 31차 유네스코 총회에서 북한 대표단장은 연설을 통해 이와 같은 입장을 거듭 표명했다.

그는 '주권 평등을 주장하는 나라들에 함부로 테러 감투를 씌우고 일방적인 무력간섭과 제재 등으로 자주권을 유린하며 주민들에게 헤아릴 수 없는 고통을 주는 행위들을 절대로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면서 `전쟁의 방법'을 통한 문제해결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미국의 아프간 공격과 이에 따른 국제정세를 북한이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가는 지난 23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논평에서 읽을 수 있다.

노동신문은 「무자비한 타격을 가할 것이다」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미국의 계속된 공습으로 수많은 민간인들이 목숨을 잃고 피난민이 늘어나고 있음을 지적, '테러행위를 감행한 것은 몇몇 분자들이며 죄없는 민간인들이 반테러 작전의 희생물로 되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외무성 대변인이 애초에 밝힌 것처럼 무고한 민간인 희생이 늘고 있는데 대해 우려를 표시하면서 이를 통해 미국 군사공격의 `부당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노동신문은 특히 미국이 오사마 빈 라덴의 조직과 연계된 다른 국가들에게 까지 군사보복을 확대할 수도 있음을 언급한 데 대해 비판적 자세를 취했다.

즉 '테러근원을 뿌리 뽑는다고 하면서 군사적 행동을 다른 나라들에 까지 확대하는 것은 반테러 투쟁의 목적에 어긋난다'며 '그것은 더욱 엄중한 후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와 함께 테러 발생 원인과 그 해결책을 나름대로 제시, 눈길을 끌었다.

노동신문은 지구상에서 벌어지는 모든 군사적 충돌과 같은 비정상적 사태는 그 성격과 형태가 어떠 하든지 다른 나라와 민족의 자주권과 이익을 침해, 유린하는데 근원을 두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므로 모든 국가와 민족이 `자주권 존중의 원칙'을 철저히 준수할 때 건전한 국가관계와 국제질서가 수립되고 나아가 온갖 형태의 테러와 군사적 충돌을 없앨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북한은 `테러 반대'라는 원칙적 입장을 거듭 천명하면서도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한 사실에 강한 불쾌감을 나타내고 있다.

더욱이 미국의 아프간 공격과 때 맞춰 한반도에서 미군무력을 증강, 전쟁위험을 증대시키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북한은 '그 어떤 사태에도 대처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추고 나라의 자주권과 안전을 해치려고 덤벼드는 자들에 대해서는 무자비한 징벌을 가할 것'이라고 군사적 대응까지 호언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최근 남북관계의 정체원인도 미국의 아프간 공격과 이에 따라 조성된 `정세'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했다.

북한 외무성대변인은 23일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비난하는 담화에서 '지금 남조선에서는 미국의 반테러 전쟁을 빙자하여 전시에 가까운 살벌한 정세가 조성되고 있다'며 '부시 행정부에 의해 조성되고 있는 정세가 바로 북남 사이에 합의된 사항들의 이행을 어렵게 만들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라고 못박았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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