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에 공장용지를 분양받아 입주한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전면 철수를 결정한 기업이 나왔다고 동아일보가 15일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신발 제조업체 A사는 적자 누적으로 다음 달 말까지 철수하기로 하고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A사는 지난 6월에 철수한 스킨넷처럼 아파트형 공장을 임차해 들어간 것이 아니라 수십억 원을 투자해 땅을 분양받고 공장을 세운 기업이어서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고 이 신문은 보도했다. 아파트형 공장 입주업체는 철수 시 임차보증금을 전액 회수할 수 있지만 분양업체들은 남북 경협보험을 적용받아도 적지 않은 손실이 불가피해 지금껏 철수 결정을 내린 기업은 없었다.

A사 대표는 “남북 경색에 따른 바이어 이탈로 누적 적자만 20억 원에 달해 직원 월급까지 밀리는 등 더는 영업을 지속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북한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에 이달 안으로 우선 북측 근로자 250명(37%)을 돌려보내겠다고 9일 통보했다”고 동아일보에 밝혔다.

이 신문에 따르면 A사는 다음 달 15일까지 남은 주문량을 소화한 뒤 나머지 인력(북한 근로자 424명 및 남측 주재원 12명)은 다음 달 말까지 모두 철수시키기로 했다. 이 회사 대표는 “개성공단 입주업체라는 꼬리표만 붙어도 은행에서 대출을 거부해 극심한 자금난을 겪고 있다”며 “이미 재봉틀과 자수기, 재단기 등 핵심 설비들을 남측 본사로 옮기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입주한 A사는 현재 개성공단에 북한 근로자 674명, 남한 주재원 12명을 두고 있으며, 지난해 매출액은 55억 원이다. 이 회사는 분양가와 시설투자비 등을 합쳐 개성공단에만 총 54억 원을 투자했으며, 이 중 25억 원을 금융권에서 대출 받았다.

A사는 후발 입주업체로 뒤늦게 들어와 운영 초기부터 심각한 인력난에 시달린 데다 북핵 위기 등으로 바이어마저 이탈하면서 매월 1억2000만 원의 적자를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동아일보는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A사를 비롯해 다른 후발업체들도 다음 달 안으로 사실상 철수키로 결정해 조만간 입주기업들의 ‘무더기 철수 사태’가 빚어질 가능성도 높아졌다. A사 대표는 “우리 회사 말고도 2007년 이후 들어온 2차 입주업체 6개사 역시 다음 달 말까지 철수하기로 했다”며 “이달 21일 이들 업체 대표와 만나 철수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는 매년 북측 근로자들의 임금이 인상되는 시점인 8월경 북한 당국이 이미 예고한 임금 인상안 등을 최종 통보할 것이라는 전망과 관련이 깊다.

이에 대해 기은경제연구소 조봉현 연구위원은 “개성에만 생산시설을 둔 입주업체들은 철수와 동시에 부도 처리될 가능성이 높아 국내에 있는 1, 2차 협력업체들까지 동반 부실화될 수 있다”고 이 신문에 말했다.
/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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