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갈 형편이 되겠습니까?"
개성공단에 300명, 서울 본사에 14명의 인력을 둔 개성공단입주기업 N사는 휴가철이 다가왔지만 임직원 아무도 휴가 얘기를 꺼내지 못하고 있다.

이 업체의 대표는 12일 "쉬어야 할텐데 직원들도 미안해선지 말을 못 꺼내는 듯하다"면서 "일감은 동났고, 적자는 하루하루 커지는 마당에 휴가가 사치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 업체는 매년 2박3일간 서울 근교 콘도를 잡아서 단합대회도 개최했는데 올해는 아예 계획도 세우지 못했다.

N사는 일감이 없어 개성공단 근로자 중 100여 명을 한 달간 유급 휴가를 보내놓은 상태다.

경기 지역의 본사에 50여 명이 근무하는 입주기업 S사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 업체 직원들은 `생존이 우선'이라는 사명감으로 휴가를 아예 반납했다.

매년 여름 개성공단 주재원까지 불러모아 서울 근교에서 사기 진작과 커뮤니케이션 활성화를 위한 워크숍을 진행했던 S사는 올해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아파트형공장 입주기업인 A사의 대표는 "서울 본사에 4명이 있는데 모두 휴가 갈 기분이 아니다"면서 "인터넷 공격은 소문대로 북한이 한 것 맞느냐"라면서 연이어 터지는 악재를 원망했다.

한편, 최근 입주기업들은 휴가 계획보다는 일감 나누기 대책을 마련하는 데 고심하고 있다.

바이어의 발길이 완전히 끊겨 일감도 없이 존립이 위태로운 업체를 돕고자 주문 물량을 나눠주자는 취지다.

개성공단기업협회 유창근 부회장은 "자가 브랜드를 보유한 일부 업체들이 주문이 끊긴 업체와 물량을 공유하는 개념"이라면서 "하지만 작업 특성이나 소화 능력 등 호환성을 검토해 조율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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