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올해 단·중·장거리 미사일 18발을 쏘는 데 약 3억5300만달러, 2차 핵실험을 하는 데 3억달러를 쓴 것으로 추정된다. 이 비용은 미국이 1994년 제네바 합의 이후부터 작년까지 북한에 식량 약 226만ton을 지원하는 데 들어간 돈 7억달러에 가까운 액수다. 미국이 14년 동안 굶주림에 시달리는 북한주민들의 식량을 지원하는 데 쓴 돈을 북한은 단 6개월 만에 한반도 위기를 고조시키는 데 써버린 것이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에 들어가는 엄청난 비용을 어떻게 확보하는지는 미스터리다. 북한은 현재 스커드 미사일 약 600기, 노동 미사일 약 200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커드 미사일이 약 300만~400만달러, 노동 미사일이 1000만 달러에 거래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북한이 현재 보유한 미사일만 40억달러어치에 달한다. 북한 정부의 올해 예산은 4800억원으로, 공식환율 1달러에 140원을 적용하면 약 34억5000만달러 정도다. 이런 북한이 어떻게 한 번에 3억달러가 드는 핵실험을 하고, 수십억달러어치의 미사일을 개발·보유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한국의 대북지원이 핵개발에 전용됐을 가능성을 우려해왔다. 정부가 최근 집계한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 동안 대북지원 액수는 총 69억달러다. 현금이 29억달러, 현물이 40억달러다. 정보 당국에선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 초기부터 지금까지 쏟아부은 자금이 26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한다.

김·노 정부의 대북지원액 규모가 북한이 수십년 동안 핵·미사일 개발에 쏟은 비용보다 많았던 셈이다. 미국도 제네바 합의 이후 식량과 중유 등 약 13억달러를 북한에 지원했다. 한·미의 대북지원액이 북한의 지난 10년간 수출액인 77억달러보다 큰 규모였던 것이다.

핵실험에 한 번에 들어가는 3억달러는 북한의 심각한 식량난을 1년 동안 해소시켜줄 수 있는 액수다. 정부 관계자는 “3억달러는 지난해 여름 기준으로 국제시장에서 쌀 100만을 살 수 있는 금액으로 북한 식량난을 1년 정도 해소하고도 남는 규모”라고 했다. 북한 올해 예산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액수이기도 하다.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미국의 맨해튼 프로젝트의 경우 개발에서 히로시마 원폭 투하까지 약 20억달러가 들어갔다”면서, “북한이 핵개발에 필요한 인프라 구축과 인력훈련에 쏟은 비용까지 감안하면 엄청난 액수가 들어갔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영변 원자로와 재처리 시설 건설, 엔지니어 훈련에 들어가는 비용까지도 모두 핵개발에 들어가는 비용으로 계산해야 하기 때문이다.

북한이 주민들을 굶기면서까지 핵과 미사일을 개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북한 정권이 체제유지를 위해 가장 효과적이고 경제적인 방법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란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동용승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전문위원은 “미사일이나 핵, 국제사회와 대립각을 세우는 것 외에도 얼마든지 체제유지가 가능한 방법이 많은데도 그런 길을 택하는 건 정권이 국민들에게 엄청난 기회비용을 치르게 하는 것”이라며, “결국 정권의 논리에 국민들이 희생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조명철 연구원도 “북한은 예산 한도 내에서 무기개발 비용을 쓰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 모든 자원을 동원해 핵과 미사일 개발에 나서고 있기 때문에 국민들에게 당연히 돌아가야 할 것까지 빼앗는 것”이라고 했다.
/강인선 기자 insu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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