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제안한 새로운 북핵 해법인 ‘5자회동 후 미·북 대화’ 구도에 대한 6자회담 참가국들의 반응이 회의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중국은 5자회동 자체에 대해 썩 내켜 하지 않는 분위기이고, 다른 참가국들은 ‘5자회동을 하더라도 6자회담 틀 안에서’라고 선을 긋고 있다. 5자회동 결과를 갖고 미국이 북한과 협상에 나서는 방식은 달갑지 않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13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과거 방식대로 6자회담을 그대로 갖고 가는 것은 시행착오를 되풀이해 성과를 내기 쉽지 않다”면서, 6자회담과 미·북 양자회담을 절충한 미·북 대화 구도를 제안했다.

북한을 뺀 5개국을 대표해 미국이 북한과 협상하는 방식이다. 우리 외교당국자들은 이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 방식을 제안해 오바마 대통령의 동의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이 23일 5자회동에 반대한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밝혔다. 친강(秦剛) 외교부 대변인이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5자회동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중국은 6자회담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대답한 것이다.

한나라당 구상찬 의원이 23일 주최한 ‘북핵문제 전망과 해법’ 토론회에 참석한 청융화(程永華) 주한 중국대사도 5자회담 가능성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만 말했다. 그는 “6자회담이 도전에 처했다는 사실은 인정하지만 방법에 대해선 생각 중”이라고 했다. 또 “6개국 의견을 조율해 한 방향으로 가도록 노력하는 짐이 무겁긴 하지만 그만두겠다고 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중·러·일 대사들의 공통된 입장은 “북핵문제는 6자회담의 틀 안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한·미가 주도하고 중·일·러는 한발 뒤로 물러서는 5자회동 방식엔 흔쾌히 동의할 수 없다는 듯한 태도였다.

최근 한·미가 5자회동 방식에 동의했다고 알려진 것과 달리, 미국대사도 ‘6자회담 구도 내에서 5자회담’을 고민 중이라고 했다.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국대사는 “6자회담의 틀 안에서 (5자회담을) 어떻게 끌어갈 수 있을지 다른 참가국들과도 이야기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과거 6자회담에서 여러 가지 포맷이 나왔듯이 현 상황도 다른 관련국들과 논의해 길을 찾아야 한다”면서, “6자회담 포맷을 과소평가하지 말라”고 했다.

시게이에 도시노리(重家俊範) 주한 일본대사는 “북한을 뺀 5자회동을 개최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현 시점에서 구체적인 전망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현재로선 6자회담이 가장 현실적인 대화의 틀”이라고 했다. 그러나 “북한이 중간에 비핵화에 역행하는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6자회담을) 검토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22일 성명에서 5자협의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글레브 이바쉔초프 주한 러시아대사는 “(5자회담을 하더라도) 6자회담을 훼손하는 방향은 피해야 한다”면서 “이 제안을 열심히 검토 중”이라고 했다.

또 “6자회담을 통해 보편적으로 수용가능한 해결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북핵문제 해결 속도에 대해서도 4강의 의견이 달랐다. 미·일은 유엔 제재와 독자적인 제재를 병행하며 다른 국가들도 유엔안보리 결의안 1874호를 엄격하게 실행할 것을 촉구했지만, 중·러는 인내와 자제를 강조했다.

스티븐스 대사가 북핵문제 해결을 “서둘러야 할 필요가 있다”고 한 반면, 청융화 대사는 “더 많은 시간과 인내가 필요해도 손실과 부작용이 더 작은 방법을 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바쉔초프 대사도 “자제심과 평정심을 갖고 미묘한 상황을 침착하게 잘 분석해야 한다”고 했다.
/강인선 기자 insu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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