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의 '1874호 대북 제재 틀'이 본격적으로 가동을 시작했다.

미국이 대량살상무기(WMD) 관련 물자를 실은 것으로 의심되는 북한 선박 ‘강남호’를 추적하고, 북한의 변칙 금융거래 차단에 착수한 것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채택된 결의안 1874호에 따른 조치다. 정부 관계자는 19일 “안보리 결의안은 그 자체로 국제법적 효력을 갖는다. 제재 이행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했다.

◆기항지에서 북 선박 검색

미국은 현재 중국 먼 바다를 따라 남쪽으로 항해 중인 강남호를 위성과 미군 태평양사령부 등을 통해 계속 추적·감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의안 1874호 12항에 따르면 미국은 ‘공해상에서 북한의 의심선박에 승선, 검색’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선박 소속국가, 즉 북한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실현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관측이다. 북한은 공해상 검색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선박 소속국가는 검색을 위해 가까운 항구로 선박을 유도해야 한다’는 13항에 따른 조치를 취해야 하지만 이 역시 북한이 응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 때문에 미국은 강남호를 계속 추적하며 특정 항구에 정박할 때까지 기다릴 것으로 보인다. 장거리 항해를 위해서는 급유 등을 위해 기항(寄港)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강남호가 A국 항구에 정박하면 미국은 A국에 관련 정보를 통보하게 되고, 이 경우 A국은 결의안 13~14항에 따라 강남호에 의심물자가 실려있는지를 검색해야 할 의무가 생긴다. 특히 이 조항은 안보리 결의안에서 가장 법적 구속력이 높은 ‘decide’(결정한다)로 표현돼 있는 강제조치다.

A국은 관세당국을 동원해 강남호의 선적목록과 실제 싣고 있는 화물을 검사하고 안보리가 금지한 물자를 확인하면 이를 압수·처분하게된다.(14항) 정부 당국자는 “항구는 그 나라의 영토이기 때문에 공해상에서와 달리 북한이 검색을 거부할 수가 없다”고 했다.

북한은 항구에서의 검색을 피하기 위해 공해상에서 공중급유 등을 받는 벙커링 서비스를 이용하려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결의안 17항은 ‘북한의 의심선박에 대해서는 모든 회원국이 기름, 식량, 수리 등을 제공하는 것을 금지한다’고 못박아 이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했다.

물론 이 같은 조치를 유엔 회원국들이 얼마나 철저하게 이행하느냐는 또다른 문제다. 현재 강남호는 말라카 해협을 통과할 것으로 보이며, 이 경우 기착지로는 싱가포르나 미얀마가 유력한데 각 나라별로 이행 수준은 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과 가까운 나라들은 ‘북한 선박을 의심할 정보가 불충분하다’는 식의 이유를 대며 결의안을 느슨하게 이행하려 할 수도 있다”고 했다. 모든 회원국은 15~16항에 따라 북한 선박 검색 관련 조치를 행한 후 신속하게 안보리에 보고를 해야하는데, 안보리 ‘전문가 그룹’(26항) 등이 해당 국가가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고 판단할 경우 제재를 가할 수도 있다.

◆금융제재도 본격화

미국 재무부가 자국 내 금융기관에 북한과 관련한 ‘수상한 거래’ 주의보를 내린 것도 결의안 1874호에 기초해 초보적 단계의 금융제재에 들어간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압록강개발은행, 대동신용은행, 동북아은행 등 17개 북한 은행들의 리스트외 정보를 제공한 것은 1874호 중 ‘국제금융기관의 대북 금융지원, 대출 전면금지’(19항) 조항에 따라 미국 내 금융기관들이 스스로 자신들의 해당 사항이 어떤 것인지 판별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금융기관은 신용이 생명이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북한과 관련된 의심 거래가 있다면 정부 차원에서 추가적으로 조치를 취하지 않아도 스스로 차단할 것”이라고 했다.

또 미국이 북한의 ‘수퍼노트’(100달러짜리 위조지폐) 제작·유통경로에 대한 추적을 강화하려는 것도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등과 관련한 모든 금융 자산 동결’ 등을 가능케 한 결의안 1874호 18항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임민혁 기자 lmhcoo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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