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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對테러질서와 북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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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1.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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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영선
/서울대교수·국제정치

‘새 세기의 새로운 도전에의 대응:참여와 협력을 통한 공동 번영’이라는 주제 아래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제9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정상회의가 막을 내렸다. 대미테러 사태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21개국의 대규모 다자간 정상회의라는 이유 때문에 관심을 모았던 이 회의는 ‘테러 이후 세계질서’의 미래상을 잘 보여주고 있다.

테러사태와 이에 따른 대테러전쟁의 상황 전개에 대한 초보적 대응에 바빠서, 9·11테러가 21세기 세계질서, 아시아 태평양 지역 질서, 한반도, 한국의 생존과 번영에 미치게 될 영향을 아직까지 피상적으로밖에 느끼지 못하고 있는 우리들은 상하이 APEC정상회의의 결과를 보다 철저하게 검토해야 한다.

부시 대통령의 국가 안보보좌관 콘돌리자 라이스는 대통령의 APEC 참석에 대한 기자 사전 브리핑에서 대테러전쟁이라는 비상사태 하에서 부시 대통령이 무리해서 참석하는 이유로 대테러 그물망 형성을 최우선으로 들고, 다음으로 세계 경제회복의 촉진을 언급하고 있다.

이러한 미국의 관심 우선순위를 반영하여, APEC정상회의는 공식의제로서 21세기 공동번영을 위해 세계 및 지역경제 현황, 인간능력 배양, 21세기 APEC의 발전 방향을 다루었으나, 보다 많은 비중을 대테러 그물망 형성에 두었다. 부시 대통령은 APEC회원국들과의 쌍무 및 전체회의에서 기존의 정치, 군사, 경제적 이해보다 상대적으로 테러 문제에 대한 이해에 비중을 더 둔 21세기 신질서 형성에 노력을 기울였다.

20세기에 이어서 21세기 세계질서를 주도할 것으로 예상되는 미국이 대테러 그물망 형성을 21세기 세계질서의 기반으로 삼으려 하기 때문에, 세계는 20세기 냉전질서에 이어서 21세기 대테러전 질서의 시대를 맞이할 가능성이 높다. 20세기의 냉전질서가 미국과 소련이라는 동·서 양진영의 분열 속에서 각국의 이해가 협력과 갈등을 이루었다면, 21세기의 대테러전질서는 미국의 대테러전에 대한 적극 지지, 소극 지지, 소극 반대, 적극 반대로 나누어진 속에서 각국의 협력과 갈등이 진행될 것이다. 새롭게 형성되고 있는 대테러전질서는 무엇보다도 남북한 문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북한은 9·11 테러사태 직후 “유엔성원국으로서 온갖 형태의 테러와 그에 대한 어떠한 지원도 반대한다”는 원칙적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북한은 10·8 대테러전쟁 개전 직후 “미국의 이번 행동이 세계를 전쟁의 참화 속에 몰아넣을 수 있는 테러와 보복의 악순환을 초래하는 것으로 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북한의 언론은 테러사태 이후 대테러전쟁의 진행 과정을 이례적으로 소상하고 신중하게 보도하고 있다.

북한당국은 21세기 대테러전질서의 형성을 맞이하여 대단히 어려운 결정을 해야 할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북한이 대테러전쟁을 반대하고 대테러그물망 형성을 거부하는 경우에, 미국은 대북관계 개선을 과거 어느 때보다도 엄격하고 까다로운 기준 위에 추진할 것이며, 한국은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대북정책의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한편 북한이 대테러전쟁을 지지하고 대테러그물망 형성의 일원이 되는 경우에, 북미관계의 개선은 빠른 속도로 진행될 수 있으며, 남북관계의 개선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이러한 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기존 대외정책을 전면적으로 개혁해야 하는 어려움에 부딪히게 될 것이다.

9·11테러에 따른 미국의 새로운 선택이 북한으로 하여금 뜻하지 않게 어려운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 우리 정부당국은 이러한 변화의 의미를 깊이있게 이해해서 과거 어느 때보다도 신중하게 대북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며, 더 나아가 21세기 대테러전질서 하의 새로운 생존전략을 구상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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