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3일 우라늄 농축작업이 시험단계에 들어섰다고 주장함에 따라 우라늄 농축기술 수준과 농축관련 시설 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우라늄 농축작업에 착수한다"며 "자체의 경수로 건설이 결정된데 따라 핵연료 보장을 위한 우라늄 농축 기술개발이 성과적으로 진행돼 시험단계에 들어섰다"고 밝혔다.

그간 미국이 제기해온 우라늄 농축 의혹을 부인하던 북한이 우라늄 농축 사실을 공개적으로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번 성명 내용 가운데 '우라늄 농축 기술개발이 성과적으로 진행돼 시험단계에 들어섰다'고 밝힌 대목에 특히 주목하고 있다.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우라늄 농축기술을 확보했음을 천명한 것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90년말 가스원심분리기술 확보" = 전문가들은 북한이 1990년 후반부터 가스 원심분리기술에 기초한 비밀 우라늄 농축프로그램을 본격적으로 시도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북한이 1990년 1월 일본에서 원심분리기 모터의 안정적인 전기공급에 필요한 주파수 변환기 도입을 시도하는 등 90년대에 농축에 필요한 장비와 기술을 비밀리에 도입했다는 것이다.

국방부의 한 전문가는 14일 "미국은 2000년에 북한이 원심분리기 제작에 적합한 고강도 알루미늄을 대량으로 구매하려 했다는 증거를 가진 것으로 보인다"면서 "특히 북한이 노동미사일 기술을 파키스탄에 이전하는 대신 파키스탄에서 원심분리 농축기술을 이전받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파키스탄은 북한과의 관계를 공식 부인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전문가는 그러나 "현재까지 북한의 우라늄 농축시설들에 대한 정보가 매우 제한되어 있다"면서 "농축프로그램 관련 활동 즉 기본적인 성격과 목적, 농축 시설의 수와 위치, 프로그램 시행기간, 완성도 등에 대해 확실히 파악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북한의 농축기술로 추정되는 가스 원심분리법에 의한 동위원소 분리법은 1940년대 처음 개발됐다.

원심분리의 기본원리는 회전용기 내부에 있는 기체를 원통과 함께 고속회전(5만~7만rpm)시키면 회전용기 중심으로부터 바깥 방향으로 지구 인력의 수만 배에 달하는 원심력이 발생, 기체의 밀도가 중심부에는 희박해지고 바깥쪽으로는 압착된다.

이때 중심부에는 무게의 차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U(우라늄)-235의 비율이 높고, 바깥쪽에는 U-238의 비율이 높아진다. 천연 우라늄 U-238에서 동위체를 분리해 U-235의 비율을 증가시키는 과정을 농축이라고 하는데 경수로용 연료에서는 천연우라늄에 함유된 0.72%의 U-235를 3∼5%까지 농축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핵폭탄 1개를 만들려면 U-235가 20kg가량 필요한 데 이를 위해선 천연 우라늄 3.5t이 필요하다고 한다.

국방부 전문가는 "고효율의 필터를 사용한 환기시설을 갖춘 소규모의 잘 설계된 농축시설이라면 1년에 1~2개의 폭탄을 만들 수 있는 고농축우라늄(HEU)를 생산할 수 있다"면서 "그러나 이는 탐지가 매우 어렵기 때문에 북한이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농축시설도 이와 유사할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우라늄 의혹 시설은 어디 = 전문가들은 북한이 평안북도 천마산 등에 우라늄 농축활동과 관련한 시설을 비밀리에 건설, 운영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목받는 곳은 평안북도에 있는 천마산이다. 이곳은 노동당 5기계공업총국 예하의 천마산 우라늄 제련시설이 있어 우라늄 농축활동 장소로 의심되고 있다.

1990년대 중반부터 건설이 시작된 양강도 영저리 미사일기지도 최근 우라늄 농축시설로 의혹을 받고 있다. 노동미사일이 배치된 곳으로 알려졌지만 중국과 지리적으로 가깝고 산악지역에 은폐되어 있어 한미 정보당국에 노출되기 쉽지 않은 곳이다.

또 자강도 하갑은 노동당 5기계공업총국 예하의 핵관련 시설이 있으며 이 시설들이 고농축 우라늄 생산과 플루토늄 생산 및 저장, 고폭실험장 등으로 의심되고 있다..

우라늄 정련시설이 있는 평안북도 박천군과 태천군에도 비밀 우라늄 농축시설이 있을 개연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이밖에 평양의 국가과학원 레이저연구소도 지목되고 있다.

평양시 온정구역 과학동에 있는 이 연구소는 레이저관련 연구활동을 주로 하고 있으나 레이저에 의한 입자분리 기술개발과 연관이 있는 곳으로 관측되고 있다.

레이저 입자분리 농축법은 천연 우라늄 중에서 U-235만을 이온화시키는 레이저를 쏘아 이온화된 U-235를 전자기장을 걸어 가루로 모아오는 방식이다. 천연 우라늄에는 99.3%의 U-238, 0.7%의 U-235이 있다. 핵폭탄이나 원자로에 사용되는 우라늄은 U-235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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