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무기 및 미사일 시험재개는 일시적으로 중단되긴 했지만 지난 20년 가까이 진행돼온 협상절차를 갑자기 반전시켰다고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이 5일 말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이날짜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 기고문에서 북한 핵문제는 단순한 지역문제가 아니라면서 오바마 행정부는 이제 기본적으로 2가지안 중에서 선택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선 북핵문제는 미국으로서는 신흥 강대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은 물론 강대국으로 재부상하는 러시아, 핵심 동맹인 한국, 일본과의 관계 등과 관련되는 문제이자 테러단체 등에 대한 핵확산 위험과도 관련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키신저에 따르면 오바마 행정부는 지금까지 북한이 핵무기와 미사일 발사시험을 실시하고 군사행동을 위협해도 6자회담 복귀를 촉구하면서 여유있고 느긋한 방식으로 다뤄왔다.

한때 미국과 북한의 양자협상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지만 이는 주로 학계의 비실용적인 논쟁이었다. 두가지 접근방법이 모두 추진됐지만 결국 별수없는 난관에 봉착하고 말았다.

키신저 자신은 평양 당국과의 협상에 찬성해 공식 대화채널에서 벗어나 한국관리들과 함께 투 트랙대화에 더러 참여했지만 북한은 반복해서 이전의 모든 합의를 뒤엎었다.

한국외교의 궁극적인 목표는 북한의 핵물질과 핵무기 제거였지만 북한의 핵무기와 핵물질은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오히려 거침없이 커졌다.

이에 따라 협상은 평양당국이 핵 프로그램을 외교적인 방법으로 기정사실화해주는 위험을 안게됐다.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에 협상을 가속화할 수 있는 기회를 여러차례 주었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베이징을 방문하는 동안 평양방문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는 뜻을 내비쳤고 뛰어난 학자이자 온건한 외교관인 스티븐 보즈워스가 협상 책임자로 임명됐지만 이런 미국의 제안들은 사납게 거절당했다.

결국 오바마 행정부는 ▲공개적 또는 묵시적으로 북한 핵프로그램이 되돌릴 수 있는 선을 넘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더 이상의 핵증강과 국경밖으로의 확산을 막는 방안을 찾거나 ▲한국을 비롯한 인근국, 특히 중국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압력을 최대화함으로써 핵 프로그램을 종식시키도록 하는 방법의 두가지 선택에 직면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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