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열린 조선일보·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워싱턴 포럼 세미나의 1세션 회의에서는 북한이 잇따라 도발을 하는 의도를 놓고 각종 분석이 등장했다.

미국측에서 게리 세이머 백악관 비확산·군축 조정관, 프랭크 자누지 미국 상원외교위 전문위원(오바마 대선 캠프 한반도 팀장), 빅터 차 전 백악관 아시아 담당 국장(조지타운대 교수), 한국측에서 신각수 외교부 2차관, 김병국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고려대 교수), 김승환 명지대 교수(CSIS 선임연구원·사회) 등이 토론에 참여했다.

미 행정부 고위 관계자는 "북한은 6자 회담을 끝장내고 핵무기 감축을 협의하기 위한 미국과의 양자협상으로 가려는 것"이라고 했다. 김병국 교수는 "북한은 과거와 똑같은 벼랑 끝 전술을 쓰고 있지만 이번에는 새로운 이해를 추구하고 있다"며 "북한은 6자회담에 참가하든, 그렇지 않든 간에 사실상 핵무기 (보유) 국가의 지위를 추구하고 있다"고 했다.

빅터 차 교수는 "북한이 지금 요구하는 것은 기존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보장"이라며 "미국과 다른 국가들이 '김정일 정권 이행기'에서 자신들의 앞날을 보장해 줄 것을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신각수 차관은 "한국의 관점에서 볼 때 북핵 문제는 수십년간 한국 외교를 인질로 잡고 있는 사안"이라며 "북한은 최근 정권 이행(移行) 시기에 내부 통제를 더욱 더 강화하는 구실로 최근의 도발을 사용하려는 의도를 보이고 있다"고 했다.


미 정부 고위 관계자도 최근 북한의 도발행위가 정권 승계 과정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고 분석한 뒤 "북한의 후계 체제가 자리 잡아 가고 있으니 곧 6자회담에 복귀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국무부는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김정운 후계 확정' 보도에 대해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했다.

이날 회의에서 발표자 및 토론자들은 북한이 다시 협상에 복귀한다고 해서 위기가 끝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국제사회 협력 문제 등에서 새로운 도전과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미 정부 고위관계자는 "우리가 협상에 복귀할 때 진짜 도전이 찾아온다"며 "과거에 우리가 북한에 보상했던 패턴을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빅터 차 교수는 "북한이 인도처럼 사실상 핵 국가로 인정받으려 할 때 큰 도전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런 도전을 극복하려면 미국과 관련국들이 사전에 적극적인 대화와 의견 조율 작업을 해둬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김병국 교수는 "북한 문제에 대해서 한·미·일 3국의 입장을 중국이 받아들이도록 설득해서 단일한 입장을 유지해야 하며 동시에 한국과 미국 국내에서 북한 문제에 대해 정치적 합의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랭크 자누지 전문위원은 "우리는 북한이 이 게임에서 승리하도록 놔둘 수는 없지만, 우리는 강력한 제재에만 의지할 수도 없다"고 했다. 그는 "어떤 결정도 되돌릴 수 없는 것은 없다"며 북한을 더 설득해 나가는 데 주력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북한의 계속되는 도발을 막기 위한 대응 체제도 논의됐다. 신각수 차관은 "북한과 중동 일부 국가들은 미사일과 재래식 무기 거래를 통해 상호 이익을 추구하며 밀접하게 협력하고 있다"며 북한과 중동 간의 '위험한 거래'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사회를 맡은 김승환 교수는 "한미 양국은 협력 관계를 업그레이드시키기 위해 동맹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며 "두 나라는 상대방의 관점과 이익을 서로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워싱턴=특별취재팀
박두식 논설위원 dspar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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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훈 기자 libr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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