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핵실험을 강행한 북한을 제재하고, 궁극적으로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유도하기 위한 국제 공조 작업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한국측 외교안보 라인과, 제임스 스타인버그(Steinberg) 국무부 부장관을 단장으로 하는 미국 '범정부 대표단'은 3일 서울에서 연쇄 회담을 갖고 한·미·중·러·일간 '5자회동'을 추진한다는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3일 알려졌다. "6자회담 불참"을 선언한 북한을 빼고 5자가 따로 한자리에 모여 일치된 의견을 내놓음으로써 북한이 도발을 중지하고 대화 테이블로 복귀할 수 있도록 압박을 가하겠다는 의도다.

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북한 핵실험 제재 결의안 채택을 앞두고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에게 전화를 걸어 결의안 채택에 대한 중국의 협조를 요청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베이징의 외교소식통들은 "이번 통화의 구체적 내용은 알 수 없지만 안보리 결의안에 포함될 대북 제재 방안을 놓고 중국 최고지도부의 이해와 협조를 구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반관영 통신인 중국신문사는 후 주석이 전화통화에서 "양국은 각급 차원에서 교류가 빈번해지고 모든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유명환 외교부장관(오른쪽)과 제임스 스타인버그 미 국무부 부장관이 3일 서울 한남동외교부장관 공관에서 점심식사를 함께하기에 앞서 얘기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정부 관계자는 '5자 회담' 추진에 대해 "장기적 전략을 갖고 북핵에 대응하는 방법의 하나로 북한을 제외한 5개국의 수석대표가 별도로 모이는 아이디어가 제시됐다"고 했다. 그는 "5자 모임이 성사된다면 회담(talks)보다는 덜 격식을 갖춘 회동(meeting) 성격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5자 회동 아이디어는 이전에도 6자회담이 교착상태에 빠졌을 때 제시됐던 것이지만 구체적으로 추진되기는 처음이다. 5자가 협의를 통해 북한의 6자회담 복귀 촉구, 핵실험 및 미사일 발사 중지 등의 일치된 의견을 도출하면, 유엔 차원의 결의보다 직접적으로 북한에 압박을 가할 수 있고 북한 입장에서도 무시하기가 쉽지 않다.

한·미·일은 5자회동을 지지하고 있지만 역시 관건은 중국의 입장이다. 중국은 이전부터 "북한을 고립시켜 자극하는 모양새의 회동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5자회동에 반대해왔기 때문이다. "6자회담 의장국으로서의 권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중국 일각에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북한이 핵실험까지 강행한 상황에서 중국이 예전만큼 강경한 반대 입장을 보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외교가의 분석이다.

"5자회동은 별도의 상시 채널을 만들자는 게 아니라, 6자회담 재개를 촉진하기 위해 6자틀 안에서 일시적으로 하자는 것"이라는 고위당국자의 말도 중국을 의식한 것이다. 다른 정부 관계자는 "중국이 5자회동에 계속 부정적인 입장을 보일 수도 있지만, 한·미·일이 이 같은 안을 강력하게 희망하고 있다는 자체가 중국이 좀 더 북한에 적극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하도록 유도하는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임민혁 기자 lmhcoo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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