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스타인버그 미국 국무부 부장관의 3일 서울 행보는 분주했다.

2차 핵실험을 강행하고 미사일 위협을 서슴지 않는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해 특별히 파견된 '오바마의 특사' 같은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일본 일정을 마치고 전날 늦게 서울에 도착한 스타인버그 부장관은 이날 오전 서울 도렴동 외교통상부 청사에서 권종락 외교부 제1차관과 공식 회담하고 곧바로 한남동 외교장관 공관으로 이동, 유명환 외교장관과 오찬을 겸한 협의를 가졌다.

이어 오후에는 이상희 국방장관을 예방했다.

이번 연쇄회담을 통해 북한의 잇따른 도발에 맞설 한.미 양국간 공동 대응 방안이 협의되고 정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스타인버그 부장관은 권 차관과 회담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오바마 대통령을 대신해 방한했다는 점을 언급한 뒤 "(북핵문제 해결은) 한.미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 러시아 등 동북아 국가들의 긴밀한 공조를 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스타인버그 부장관은 북한을 향해서는 "위험한 추가 도발을 하는 대신 비핵화를 향한 협상의 길로 돌아와야 한다"고 촉구했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공조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북한이 6자회담을 비롯한 협상 테이블에 나올 경우 응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

한.미 양국은 특히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현재 마련 중인 대북 제재 결의안이 시의성 있으면서 효과적인 내용이 담긴 방향으로 처리되도록 함께 노력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가장 이목을 끄는 것은 금융제재 방안이다. 유엔 안보리 결의안에 포함될 것으로 알려진 금융제재 방안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협조가 필수적이라는 게 당국자들의 시각이다.

따라서 한.미 협의를 통해 금융제재에 중국의 동참을 이끌어내기 위한 다양한 대책도 협의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언론의 관심은 대표단에 포함된 스튜어트 레비 재무차관에 쏠렸다. 그는 2005년 9월부터 북한의 계좌 동결 등을 골자로 하는 BDA(방코델타아시아) 대북 금융제재를 주도했던 인물이다.

스타인버그 부장관은 4일에는 이명박 대통령을 예방하고 현인택 통일부 장관과 회동하는 등 빡빡한 일정 속에서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를 위한 양국간 대응책에 대한 마무리 조율에 나설 예정이다.

미 대표단은 5일 새벽 방한 일정을 마치고 다음 행선지인 중국으로 떠날 예정이다. 애초 방문하려 했던 러시아는 일정상 취소한 것으로 전해졌다./연합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