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한중인 제임스 스타인버그 미국 국무부 부장관은 3일 한남동 외교통상부 장관공관에서 유명환 외교장관과 오찬 회동을 하는 한편 이상희 국방장관, 권종락 외교부 1차관 등과 만나 북한 핵실험을 비롯한 최근 북한 동향에 대한 대책과 한.미 공조방안을 논의했다.

한.미 양국은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 등 북한의 잇따른 도발에 대해 국제사회의 ’강력하고 통일된’ 대응이 중요하다는데 인식을 함께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대북 제재결의안에 ’금융제재’ 방안을 포함하기 위해 서는 중국의 협조가 필수적이라고 보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다각적인 대책 마련에 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스타인버그 부장관은 권종락 외교차관과의 회담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북한은 더 위험한 추가 도발을 하는 대신 비핵화를 향한 협상의 길로 돌아와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또 대북 제재와 관련, “우리는 여러 옵션을 논의했다”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언급은 피한 뒤 “장기적인 전략이나 향후 어떻게 나아갈 지에 대해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스타인버그 부장관은 아울러 동북아 지역뿐만 아니라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에서도 국제사회의 긴밀한 공조가 중요하다고 강조한 뒤 미국 정부의 한.미 안보공약 이행 약속 등을 재확인했다.

그는 유 장관과의 오찬 회동에서는 세계적인 금융위기 해결방안과 아프가니스탄 안정화 노력, 기후변화 및 에너지 문제 등 다양한 글로벌 이슈에서 한.미 양국이 진정한 동반자로서 협력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유 장관은 이에 대해 오는 16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 등을 상기시키며 “북핵 문제뿐만 아니라 상호 이해관계가 있는 (이 같은) 다양한 이슈들도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스타인버그 부장관은 오후 이상희 국방장관을 만나 “한.미 양국은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위협에 대해 공통된 시각을 갖고 있으며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함께 길을 찾아야 한다는 데 대해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논의에 앞서 스타인버그 부장관에게 지난주 열렸던 한.미 국방장관회담의 성과를 평가한 뒤 “우리는 어떤 경우에도 북한으로 하여금 잘못된 행동을 통해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는 사실을 명확히 인식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타인버그 부장관과 함께 방한한 스티븐 보즈워스 미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이날 별도로 위성락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만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사실 처음부터 북한과 대화를 하려 했다”고 소개한 뒤 “북한이 (대화를) 원치 않는 상황에서는 아무리 설득해도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

스타인버그 부장관은 4일에는 이명박 대통령을 예방하는 한편 현인택 통일부 장관, 김성환 청와대 외교안보수석과 만나 북핵 문제를 비롯한 한.미 양자 현안에 대해 논의하고 5일 새벽 다음 행선지인 중국으로 떠난다. 러시아는 외교 일정상 취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스타인버그 부장관 일행에는 보즈워스 특별대표와 스튜어트 레비 재무부 차관, 월리스 그레그손 국방부 아태차관보, 제프리 베이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 등 북핵 문제를 비롯해 한반도 정책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미 정부 내 고위인사가 대거 포함돼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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