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당국은 2일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는 별도로 3~4기의 중거리 미사일을 발사할 준비에 돌입했다고 국회 국방위원회에 보고했다.

군 당국은 이날 김학송 위원장(한나라당) 등 국회 국방위원들이 합참 군사지휘본부를 방문한 자리에서 이같이 밝혔다고, 참석 의원들이 전했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군 당국은 "북한이 강원도 안변군 깃대령에서 중거리 미사일 발사를 준비 중"이라고 보고했다. 군 당국은 "깃대령 일대에서 미사일을 탑재한 이동식 발사 차량 여러 대를 포착했으며 최소한 3기 이상이 발사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군 당국은 북한이 서해 쪽인 평안북도 동창리 기지에서 발사를 준비 중인 ICBM과, 이들 중거리 미사일을 동시 다발적으로 발사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2006년 7월에도 대포동2호 미사일과 함께 노동·스커드 등 6발의 중·단거리 미사일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사됐었다.

북한이 발사를 준비 중인 중거리 미사일은 사거리 1300㎞의 노동 미사일일 가능성이 크지만 지난 2007년 실전 배치된 사거리 3000~4000㎞의 신형 중거리 미사일(IRBM)일 가능성도 거론된다. 신형 중거리 미사일은 한반도 유사시 B-2·B-52 폭격기가 출동하는 기지가 있는 괌까지 사정권에 넣고 있으며 지금까지 한 번도 시험발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군 당국자는 동창리 ICBM 발사시점에 대해 "준비에는 2주 정도가 걸릴 것"이라고 보고했다. 군 당국은 북한이 ICBM 발사를 감행할 경우, 남해상보다는 동해상 쪽이 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군 당국은 동창리 시험장으로 옮겨진 장거리 미사일이 종전처럼 액체연료가 아니라 고체연료를 사용, 단시간 내에 발사가 가능하고, 한미 정보 당국이 발사 시기를 예측하기 힘들게 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미사일이 고체연료를 사용할 경우 기술적으로 진일보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한편 군 당국은 북한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3남인 김정운의 후계체제를 구축하는 차원에서 테러 도발을 감행할 위험이 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노무현 정권에서 국방장관을 지낸 한나라당 김장수 의원이 "북한이 여러 형태의 도발을 감행할 수 있다. 아웅산 테러, 판문점 도끼 만행 사건 등이 김정일 승계 직전에 이뤄진 점에서 볼 때 북한 후계체제와 관련해 테러 가능성이 예상된다"고 질의하자, 군 당국자는 "그런 위험이 있다고 보고 대(對)테러 대비 태세를 강화하고 있다"고 답변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이 당국자는 "김정일은 능히 (대규모 테러를) 감행할 수 있는 담대한 성격의 소유자로, 아들에게 후계체제를 승계하기 위해 테러를 선택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그럴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군 당국은 북한의 도발 형태로 함포사격, 해상교전, 상륙작전, 아군 또는 민간비행기 격추 등을 예상해 왔으며 테러 가능성까지 공식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이 당국자는 "북한이 해안에서 아군 함정 등을 공격할 경우, 연평도 또는 백령도에 배치된 K-9 자주포나 아군의 함포로 북측 발사지점을 2~3배로 타격한다"는 방침을 밝혔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최재혁 기자 jhcho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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