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각각 북한 당국에 체포된 개성공단의 현대아산 직원 유모씨와 미국인 여기자 유나 리.로라 링씨에 대한 북측 태도가 자못 대조적이다.

북은 지난 3월17일 미국인 여기자 2명을 불법입경 등 혐의로 체포한 후 나흘 만에 언론을 통해 체포사실을 공개했으며, 기소 방침, 기소 결정, 첫 재판 일정(6.4) 등을 잇달아 발표했다.

또 주 북한 스웨덴 대사관 관계자가 이들을 접견할 수 있도록 허용했고, 가족과 전화통화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북은 3월30일 유씨를 체제비난, 탈북책동 등 혐의로 조사하기 시작한 이후 유씨의 처분 문제와 관련해서는 상대적으로 불투명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북이 유씨 문제에 대해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은 억류 32일만인 지난 달 1일 ‘(유씨에 대한) 조사를 심화중’이라고 밝힌 것이 처음이다.

이어 지난 달 15일 개성공단 기존계약 무효화 등을 담은 대남 통지문에서 “현대아산 직원의 모자를 쓰고 들어와 우리를 반대하는 불순한 적대행위를 일삼다가 현행범으로 체포되어 조사를 받고 있는 자”라고 유씨를 묘사했다.

뿐만 아니라 북은 우리 당국이 유씨의 안녕을 확인할 수 있는 배려를 하지 않고 있다. 사건 초기 유씨 가족의 편지와 옷가지 등을 유씨에게 전달하는 등 일부 배려를 했으나 그마저도 최근에는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까닭에 우리 정부 당국은 유씨가 현재 개성 지역에 있는지, 아니면 평양으로 압송됐는지, 건강에 이상이 있는지 여부 등을 구체적으로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미국인과 남측 인사에 대해 상반된 대응을 하는 배경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미 협상의 ‘칩’으로 여기자 문제를 이용할 생각으로 미국내 여론을 감안하면서 신중한 접근을 하고 있는게 아니냐는 것이다.

특히 미국인들의 ’관심은 유발하되 부당한 처우를 받지 않는’ 것으로 알려지기 위해 투명하고, 섬세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해외에서의 자국민 억류와 납치가 빈번한 까닭에 그 충격의 강도가 덜한 미국과 그렇지 않은 한국의 차이를 이용한 대용이라는 시각도 있다.

한 대북 전문가는 2일 “북한은 미국 여기자 사건에 대해 자주 관련 보도를 하고, 통화나 면회 등으로 기사거리를 만들어 냄으로써 미국내 관심을 유발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반면 유씨에 대해서는 그럴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여기자들의 ‘불법입경’ 혐의는 입증이 상대적으로 용이한 반면 유씨가 받고 있는 체제비방 혐의는 본인이 극구 부인하는 상황에서 입증키가 쉽지 않기 때문에 조사가 성과없이 길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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