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대포동2호' 또는 그 개량형으로 추정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지난 4월 장거리 로켓을 발사했던 함경북도 화대군 무수단리가 아닌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새 미사일 시험장으로 옮긴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그 배경이 관심을 끌고 있다.

정부 소식통은 1일 "지난 주말 평양시 산음동 미사일 연구소에서 북 장거리 미사일을 실은 열차가 동창리 시험장에 도착했으며 현재 미사일은 시험장 내의 대형 조립건물 안에 들어가 있는 상태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사일은 조립건물 안에서 1~2주간 2·3단 로켓 조립이 이뤄진 뒤 수직 발사대에 장착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정보 당국은 특히 동창리 시험장이 아직 완공되지 않은 상태에서 북 ICBM이 옮겨진 데 주목하고 있다. 정보 소식통은 "동창리 시험장은 최근 공사를 서둘러 현재 90여% 수준의 공정을 보이고 있지만 발사대와 엔진연소 시험장 등을 제외하곤 기반 시설들에 대한 공사가 완전히 끝나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엔진 연소시험장의 경우 지난해 5~6월 대포동2호용으로 보이는 엔진연소 시험이 이뤄지는 등 부분적인 가동을 해왔다.

북한이 이미 몇 차례 사용한 무수단리 시험장 대신 완공이 덜 된 동창리 시험장을 사용하려 하는 이유는 뭘까. 우선 무수단리 시험장에 비해 훨씬 현대화돼 있기 때문에 시간 및 위험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이 꼽힌다. 동창리 시험장은 자동화된 미사일·로켓 추적 및 제어 시설, 액체연료공급 장치 등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수단리 시험장은 지난해 자동화된 연료공급 장치 등을 제외하곤 거의 모든 시설이 수동식이어서 미사일을 발사대에 장착하고 발사할 때까지 2~3주가 걸렸다.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이 서두를 경우 오는 16일 한미 정상회담을 전후해 발사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반면 발사준비에 좀 더 시간이 필요해 오는 7월4일 미 독립기념일 전후에야 발사가 가능할 것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또 수직 발사대의 높이는 40여m에 달해 무수단리 시험장 발사대(30여m)보다 높아 대형 장거리 미사일이나 인공위성 탑재 우주발사체를 발사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정보 당국은 동창리 시험장이 무수단리 시험장의 두 배 이상 규모인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상희 국방장관은 지난해 11월 국회 외교안보통일분야 대정부질의 답변에서 "대포동(무수단리) 기지보다 좀 더 규모가 큰 미사일이나 위성 발사체를 발사할 수 있는 기지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동쪽으로 발사돼 북한 내륙을 가로질러 비행할 경우 무수단리에서 발사될 때보다 먼 거리에 대한 비행시험이 가능하고, 북한 내륙의 레이더 기지 등을 통해 미사일 추적 데이터를 수집하기 쉽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서해 공해상을 따라 남쪽으로 미사일을 발사할 수도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그동안 무수단리에서 발사된 미사일과 장거리 로켓이 일본 열도를 넘어가 일본의 강력한 반발을 초래했고 미·일이 요격 가능성을 언급했던 점을 감안, 그 소지를 없애기 위해서다.

영변 핵시설에서 동창리 시험장이 불과 70여km 떨어져 있는 것도 눈길을 끈다. 아직 북한이 ICBM에 탑재할 수 있는 핵탄두를 개발하지는 못했지만 장차 영변 핵시설에서 만들어진 핵무기를 짧은 시간 내에 운반해 미사일에 장착할 수 있다는 것도 무수단리 시험장에 비해 유리한 점이다./유용원 군사전문기자 bemi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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