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스파이 혐의'로 억류된 채 재판을 앞두고 있는 미국적 여기자 2명의 가족들이 두달 남짓한 침묵을 깨고 여기자들의 조속한 석방을 공개적으로 호소하고 나섰다.

미국 커런트TV 소속 한국계 유나 리와 중국계 로라 링 기자의 가족 6명은 재판을 이틀 앞둔 1일(미국 시간) NBC방송의 아침 간판 프로그램인 `투데이'에 출연, 북한에 장기 억류돼 있는 여기자들의 안전을 걱정하면서 하루 속히 풀려나도록 미국과 북한 정부가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로라 링의 자매인 리사 링은 "우리는 너무 너무 무섭다. 재판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며 "특히 지금 북한의 핵실험으로 긴장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에 두 나라(미국과 북한) 정부가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고 주문했다.

리사는 "만일 그들이 북한 국경을 넘었다면 우리 가족이 대신해서 무한정이라도 사과를 하겠다"면서 "그들도 그런 일을 범했다면 재판에서 시인할 것"이라며 단순 실수에 불과함을 강조했다.

리사는 지난달 26일 밤 11시께 여기자 2명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고 소개하고, "그게 두달 반만에 처음으로 목소리를 듣는 순간이었는데 그들은 아주 겁에 질려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리사는 북한 핵문제와 관련해 여기자 2명이 북한에 볼모로 붙잡혀 있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자 로라 링은 북한주재 스웨덴 대사관의 외교관으로부터 2차례 접촉했으며, 이 때 미국의 가족에게 간접적으로 편지를 전달했다.

내용 중에는 "나는 매일 이번 일로 너무 많은 눈물을 흘리고 있어요"라는 대목이 포함돼 있다고 링의 남편이 전했다.

지난 1990년대 2차례의 방북을 통해 북한에 억류중이던 미국인의 석방을 이끌어냈던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는 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억류 여기자들을 협상카드로 활용하기를 원하고 있다"며 "이것은 많은 판돈이 걸린 포커게임"이라고 비유했다.
여기자 2명의 가족들은 이날 밤에는 CNN 방송의 대표적인 시사대담프로그램인 `래리킹 라이브'에 출연, 여기자들의 석방을 거듭 촉구한다.

북한은 여기자 2명이 지난 3월 17일 북.중 접경지역을 넘어와 적대적 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억류중이며, 4일 최고 법원인 중앙재판소에서 재판을 열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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