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핵확산금지 노력이 북한처럼 준수할 의사가 없는 국가엔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북한이 핵무기비확산조약(NPT)을 어길 때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들은 다양한 제재 조치를 취해왔으나 북한은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이를 이용해 이익을 챙겨왔다고 1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미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특사인 스티븐 보스워스가 아시아지역을 순방하면서 북한이 핵실험을 계속한다면 '비참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지만 알맹이 없는 구호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북한이 다시 핵실험을 할 경우 미국이 북한의 핵시설 폭격이나 무역제재, 식량원조 중단 등을 할 수 있겠느냐고 의문을 표시했다.

핵시설의 폭격은 생각할 수 없고 무역제재 역시 북한이 서방에 팔아먹을 상품이 없기 때문에 하나마나라는 것.

식량 원조 중단은 굶주리고 있는 무고한 북한 주민을 볼모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여론이 수긍하지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지경이 된 것은 미국이 말로는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떠들어대면서도 일관성 없는 대북정책에 급급했고, 북한이 강하게 나올 때마다 '당근'을 제공해온 행태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과거 클린턴 행정부의 경우 처음엔 북한의 정권교체를 대북 정책목표로 제시했으나 북한이 NPT를 거칠게 위반하자 직접 협상에 나서 북의 정권 안전을 보장하고 중유와 식량, 경수로 등을 제공했다.

2006년 북한이 첫 핵실험을 했을 때도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한 부시 행정부는 유엔의 대북 제재 결의안을 이끌어내고 무역.금융 규제 등에 나섰으나 결국 북한과 다시 직접 협상에 나섰고 얻은 것도 없이 각종 규제를 모두 해제했다.

북한이 첫 핵실험을 강행한지 불과 3주후 6자회담의 재개를 선언한 부시 행정부는 2007년 2월 북한이 핵 시설을 폐쇄하고 원자로를 봉인하는 한편 60일 이내에 핵프로그램 리스트 일체를 제출하고, 국제원자력기구 사찰단을 받아들이는데 동의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북한이 제출한 핵 관련 자료는 플루토늄이나 우라늄 프로그램의 핵심 내용이 빠졌다. 결국 영변의 원자로 냉각탑을 해체하는 장면만 TV를 통해 보여줬을 뿐 여전히 그 외의 조치들은 취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부시 행정부는 지난해 6월 북한에 대한 무역제재를 철회하고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북한을 삭제하는 조치를 취했다.

이같은 대북 유화 정책을 오바마 행정부가 이어받았으나 북한의 김정일은 다시 과거 재미를 본 '익숙한 수법'으로 돌아가 지난 4월 미사일을 쏘아올리고 유엔의 핵 사찰단을 추방했으며 6자회담을 거부하고 있다.

김정일은 이번에도 자신의 '헛된 군축 약속'을 믿고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가 과거 늘 그랬던 것 처럼 '당근'을 한 아름 안겨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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